[야고부] '제한상영가' 취소

입력 2009-01-23 10:39:01

이탈리아의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던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1972)는 말론 브랜도와 마리아 슈나이더의 열연과 함께 충격적 정사 장면들로 큰 화제가 됐던 영화다. 우연히 처음 만난 두 남녀가 마음의 문을 닫은 채 오로지 성행위를 통해서만 의사소통을 하는 모습을 통해 현대인의 고독, 허망함을 충격적으로 그려냈다는 평을 받았다. 외설 시비와 함께 흥행에도 성공했다. 하지만 이탈리아 지방법원이 영화를 압수, 상영 금지되면서 1987년에야 해금됐다. 우리나라에서는 1996년에야 개봉됐다.

일본 오시마 나기사 감독의 영화 '감각의 제국'(1976)도 닮은꼴 처지였다. 두 남녀의 성적 욕망에 대한 과도한 집착을 담은 이 영화는 실화에 바탕을 둔 내용도 그렇지만 실제 정사 장면과 충격적 결말 등 엄청난 센세이션을 몰고 왔다. 일본에서 상영이 금지됐으나 제30회 칸 영화제에서는 격찬을 받기도 했다. 한국에서는 제작 24년 만인 2000년에 상영될 수 있었다.

보수적 성 의식이 강한 편인 국내 영화계에서도 '성적 표현의 금기'가 빠르게 무너지고 있다. 최근 관객몰이를 하고 있는 '쌍화점'(2008)은 조인성'주진모 등 스타 배우들의 전라 출연과 파격적 동성애 장면이 충격을 던져주는 가운데 의외로 관객들의 큰 거부감 없이 순항 중이다. '왕의 남자'(2005)가 동성애 코드를 살짝 숨겼던 것과 비교된다.

1980년대 '애마부인'을 선두로 쏟아진 10편의 '~부인' 시리즈가 한국 에로 영화의 한 획을 그은 데 이어 그때보다 한층 강도 높은 본격 성인용 영화들이 쏟아져 나올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15일 대법원이 미국 영화 '숏버스(Shortbus)'수입사가 영상물등급위원회(영등위)를 상대로 "제한상영가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수입사의 손을 들어주었다. 이로써 사실상 상영 금지에 해당하는 '제한상영가' 등급이 취소돼 수위 높은 본격 성인영화의 개봉이 가능해졌다.

영화 '숏 버스'는 그룹 섹스 등 노골적인 장면과 함께 배우들이 연기가 아닌 실제로 성애 행위를 하며 찍은 작품이다. 지나친 영화예술의 제재는 물론 지양돼야 한다. 하지만 線(선)을 넘는 노골적 성애 영화들이 도덕적 혼란까지 불러일으킬까봐 걱정스럽기도 하다.

전경옥 논설위원 siriu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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