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빛 바다, 경이로운 자연이 펼쳐진다
서쪽으로 파키스탄과 맞닿아 있는 인도에서 가장 큰 면적을 가진 주(州)인 라자스탄은 처음 방문하는 이에게는 황량함으로 다가오는 곳이지만 조금만 안을 들여다보면 라자스탄만의 전통과 색깔에 빠져들게 되는 매력이 가득하다. 라자스탄은 AD4~5세기경 굽타시대부터 1천여 년 동안 지배계급으로 라자스탄의 역사를 이어 왔던 '라지푸트인의 나라'라는 뜻이다. 지정학적으로 힌두교와 이슬람교의 경계선에 있었기 때문에 기원전부터 중세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전쟁을 치러왔다. 이로 인해 많은 왕국들이 건국과 멸망을 거듭하면서 현재는 수많은 궁전과 사원 유적이 남아 있다.
라자스탄을 방문하는 대다수 여행자들의 목적은 낙타 사파리이다. 라자스탄의 여러 곳에서도 낙타 사파리를 즐길 수 있지만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라자스탄의 주도인 자이뿌르(Jaipur)에서 기차로 12시간 걸리는 파키스탄과의 국경지대 자이살메르(Jaisalmer)로 가야 한다. 1156년 라지푸트인인 라와 자이살(Rawal Jaisal)이 로드루바(Ludhurva)로부터 이곳으로 수도를 옮기면서 발전하기 시작한 자이살메르는 비단'아편'향료 등의 무역으로 번영을 누렸으나 18세기에 들어서면서 뭄바이를 통한 무역이 활발해지자 무역 거점으로서의 역할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1965년, 1971년 있었던 파키스탄과의 전쟁으로 인해 전략적 요충지로 다시 주목받기도 했다.
대부분 건물들이 흙으로 지어져 노을이 비칠 때쯤 이면 도시 전체가 황금빛을 낸다고 하여 '골든 시티(Golden City)'라고도 불리는 자이살메르는 무역 거점으로서의 영화를 뒤로 하고 현재는 도시 주변으로 펼쳐진 사막으로의 낙타 사파리를 위한 베이스 캠프로서 많은 여행자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낙타 사파리는 당일, 1박2일, 2박3일 등 다양한 코스가 있지만 거의 모든 코스의 주 목적지는 삼 샌드 둔(Sam Sand Dune)이다. 사실 라자스탄의 사막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상상하는 끝없이 모래 언덕이 펼쳐진 형태보다는 군데군데 풀이 돋아나 있는 황량한 초원의 형태이기 때문에 자이살메르에서 55km 정도 떨어진 이곳에 가야만 TV나 사진을 통해 우리가 보아왔던 거대한 모래 언덕 사막을 볼 수 있다. 매일 노을 질 녘이면 삼 샌드 둔을 붉게 물들인 자연의 수채화를 보기 위해 수많
은 여행자들이 몰려든다.
일반적으로 여행자들이 즐겨하는 2박3일 낙타 사파리 코스는 ▷첫 날 오전 일찍 필요한 짐만 챙기고 나머지는 숙소에 맡긴 후 지프로 낙타와 낙타몰이꾼이 대기 중인 곳으로 가서 2박 3일 동안 함께 할 낙타에 오른다. 낙타는 사람이 타기 쉽게 앉은 자세를 취하고 있어 낙타 등위로 오르는데 어려움은 없지만 낙타가 일어날 때는 엉덩이쪽부터 일어나므로 자칫 잘못하면 떨어질 수 있으므로 낙타가 완전히 일어날 때까지 긴장을 풀지 말아야 한다. 낙타 등에 성공적으로 올랐으면 이제 본격적인 사파리의 시작이다. 같이 간 친구들 혹은 사파리에서 만난 여행자들과 함께 열을 만들어 황량한 사막을 가로질러 가는 장면은 영화의 한 장면 같다.
도중에 만나는 우물에서 낙타들이 목을 적실 동안 여행자들도 잠시 휴식을 취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나눈다.
시장기가 맴돌자 가이드가 식사 준비를 한다. 눈을 씻고 주위를 둘러봐도 아무것도 없는 사막 한 가운데지만 어디에서 구해왔는지 돌과 나무들을 구해 불을 피우고 준비해 온 요리 도구들을 이용해 커리와 짜파 티를 만들어 준다.
다시 행진을 시작해 해가 저물 때 쯤 캠핑할 자리를 잡고 주변의 나뭇가지들을 주워와 모닥불을 피운다. 한낮의 무더웠던 날씨를 잊어버리게 할 만큼 사막의 저녁은 무척이나 쌀쌀하지만 붉게 타오르는 모닥불과 금방이라도 쏟아질듯 밝게 빛나는 수많은 별들, 그리고 따뜻한 짜이 한 잔이 사막에서의 첫날밤을 운치 있게 해준다.
▷다음 날 아침 간단하게 끼니를 떼 운 후 첫날과 같이 낙타를 타고 가기를 몇 시간 저 멀리 커다란 모래 언덕이 보인다. 대부분이 이를 보고는 환호성을 지른다. 나이와 국적을 불문하고 모두들 끝없이 펼쳐진 모래 바다에서 사진 찍기에 정신이 없다. 노을이 질 무렵 어디에서 왔는지 한 무리의 악사들이 다가와 구슬픈 연주를 해주자 붉게 물든 삼 샌드 둔을 바라보며 저마다의 감상에 젖어든다.
▷다음 날 아침 짧지만 정들었던 낙타와 낙타몰이꾼과 작별 인사를 나누고 마을로 돌아오는 것으로 2박3일간의 낙타 사파리가 끝난다.
뜨겁게 내리쬐는 태양 아래 느릿느릿 걷는 낙타등에 올라 황량한 사막을 가로지르며 바라보는 풍경들과 밤마다 펼쳐지는 수많은 별들의 향연, 그리고 끝없이 펼쳐진 모래 바다를 걸어보는 경험은 낙타 사파리가 아니고는 느껴 볼 수 없으리라.
[Tip]인천국제공항서 델리까지 직항, 7시간30분 걸려
인천국제공항에서 델리까지 직항편으로 7시간30분이 소요되며 델리에서 자이살메르까지 기차로 19시간이 걸린다.
▷사파리 준비물 및 필수 체크 사항
- 사파리 예약은 웬만한 숙소와 여행사에서 가능하지만 포함 내역이나 프로그램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므로 최소한 3~4군데를 둘러보고 결정하도록 하자.
- 예약시 꼭 1인당 낙타 한 마리인지 확인한다.
- 침낭은 반드시 챙겨야 할 필수 아이템. 사막이라고 해서 한낮의 뜨거운 사막만을 생각한다면 큰 오산. 담요를 제공하긴 하지만 어둠이 깔린 사막은 한겨울 추위와 같아 담요만으로는 잠을 잘 수 없다.
- 낙타를 타고 움직이는 동안은 따가운 햇볕을 피할 방법이 없으므로 선글라스'모자'선크림 등은 필수.
▷일반적으로 2박3일 일정으로 삼 샌드 둔을 다녀오지만 시간이 없는 여행자라면 지프를 이용해 하루 만에 다녀 올 수도 있다.
▷언덕 위에 자리 잡고 있어 자이살메르 어디에서라도 쉽게 보이는 자이살메르 성은 1156년에 지어졌으며 라자스탄주에 남아 있는 가장 오래된 성들 중 하나이다.
아직까지도 성 내에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어 마치 고대로의 시간여행을 온 듯한 느낌을 주는 곳이기도 하다.
김종욱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