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삼성, 역사적인 5차 연장 혈투 '명승부'

입력 2009-01-22 06:14:26

1997년 닻을 올려 13시즌째를 맞는 프로농구 역사상 최고의 명승부로 꼽을 만했다. 21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원주 동부와 서울 삼성의 경기는 무려 5차 연장까지 가는 사투 끝에 135대132, 동부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이날 대결은 선두 동부가 3전 전패로 열세이던 '천적' 삼성을 잡은 것 이상으로 많은 화제를 낳은 '역사적 경기'였다.

동부는 이광재(30점)와 연장전에서만 18점을 몰아친 웬델 화이트(41점)의 활약으로 삼성을 가까스로 제쳤다. 하지만 더욱 빛난 선수는 주전들의 체력 고갈과 5반칙 퇴장 등으로 비어 버린 자리를 훌륭히 메운 강대협(30점). 연장전에서만 12점을 넣은 강대협은 5차 연장전에서 얻은 자유투 기회를 모두 성공, 8점을 집중시키며 기나긴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프로농구사에 남을 기록들=프로농구 통산 3차 연장전까지 이어진 경기는 네 차례. 4차 연장전까지 간 경기조차 없었는데 이날은 5차 연장전까지 가서야 승부가 갈리는 바람에 이날 경기 소요시간(3시간13분)은 역대 최장시간 기록이 됐다. 동부는 역대 한 경기 최다 득점(135점) 팀 자리에 올랐고 삼성의 득점(132점)을 더한 양팀의 267득점도 단일 경기 최다득점이었다.

61분57초 동안 뛴 동부의 포워드 윤호영은 역대 한 경기 최다 출전시간을 기록한 선수에 이름을 올렸고 삼성이 던진 2점슛 84개도 한 경기 최다 기록. 삼성의 이정석, 이규섭, 이상민, 테렌스 레더, 차재영과 동부의 이광재, 화이트, 크리스 다니엘스는 혈전 도중 5반칙으로 코트에서 물러났는데 양팀 합쳐 8명이 5반칙 퇴장당한 것은 역대 최다 타이기록이다.

▶크리스의 미래는 물음표=이날 경기 전 관심이 가장 집중된 것은 삼성의 주포 테렌스 레더와 대구 오리온스에서 건너온 크리스 다니엘스의 골밑 맞대결. 레더의 활약을 막지 못해 삼성전에서 3전 전패, 최강이라는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던 동부는 레지 오코사를 내주고 오리온스에서 평균 21.7점 9.4리바운드로 활약했던 크리스를 데려왔으나 그의 활약은 기대 이하였다.

4쿼터 후반에 퇴장 당하며 30분20초를 뛴 레더(26점 6리바운드)에 비해 크리스는 두 경기에 가까운 51분38초 동안 코트에 머물면서도 16점 13리바운드에 그쳤다. 레더의 수비를 뚫지 못해 골밑에서 밀려나고 연장전에서는 애런 헤인즈(33점 13리바운드)에게 돌파를 허용하는 경우가 잦았다.

▶삼성의 투혼=삼성의 저력은 놀라웠다. 접전이 계속되던 4쿼터 종료 3분17초 전 알토란같은 득점을 올려주던 차재영(19점)이 5반칙 퇴장 당한 데 이어 1분 뒤에는 레더가 코트를 물러나 삼성은 최대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잇따라 몸을 던져 공격 리바운드를 걷어내며 골밑에서의 열세를 극복해버리고 승부를 연장으로 몰고 갔다.

센터 레더를 잃고도 삼성은 1차 연장에서 투지 넘치는 플레이를 앞세워 동부(2개)보다 리바운드를 8개나 더 따냈다. 2차 연장에서는 외곽슛이 능한 이규섭(17점), 4차 연장에서는 전성기 못잖은 활약을 펼친 야전 사령관 이상민(15점 8리바운드 11어시스트)이 5반칙으로 물러났음에도 5차 연장전까지 동부를 몰아붙이는 투혼을 발휘했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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