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본대책 세워라" 잇단 미봉책에 다이옥산 사태 악화

입력 2009-01-21 09:44:04

'백약(百藥)이 무효(無效)?'

21일 정수된 수돗물에서까지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치를 초과한 1,4-다이옥산이 검출되면서 관련 지자체와 환경청이 대책 마련에 허둥대고 있다. 수질당국은 댐 방류를 통해 다이옥산 농도를 낮추거나 다이옥산 배출 업체들의 위탁처리를 지원하는 계획 등을 내놓고 있지만 보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고도정수처리 설비도 무용지물=대구시와 경북도 등 지자체와 수질 관련 기관들은 가뭄으로 인한 강수량 감소를 다이옥산 사태의 원인으로 지목하면서 갈수기 대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경북도는 20일 단계별 다이옥산의 농도에 따라 40㎍/L를 넘어설 경우 지자체 예산을 들여 폐수를 모두 위탁처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금까지 월 1회에 불과했던 배출업체에 대한 정기점검도 30~40㎍/L일 경우에는 주 1회로 강화하고 20~30㎍/L일 때는 월 2회로 늘리기로 했다.

경북도 수질보전과 한정수 담당은 "오는 4월 갈수기가 지날 때까지 다이옥산 배출업소를 특별관리할 예정"이라며 "해갈이 될 때까지 도가 위탁처리 비용을 감당할 경우 최대 24억원가량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매년 겨울 가뭄이 반복되는 영남 내륙지역의 특성상 '위탁처리'는 분명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t당 10만원에 달하는 위탁처리 비용을 매년 시민의 혈세로 부담할 경우 비난 여론을 피하기 어렵다.

이와 함께 경북도는 환경부에 배출허용기준 제정과 구미하수처리장의 시설개선도 건의하기로 했다. 현재 구미하수처리장의 경우 다이옥산을 제거할 수 있는 설비가 없어 하수 처리 전과 후의 다이옥산 농도에 차이가 전혀 없는 실정이다. 대구상수도본부 관계자는 "고도정수처리 설비를 갖추고 있는 두류·매곡 정수장의 경우에도 겨우 25%의 다이옥산을 제거할 수 있을 뿐"이라며 "구미하수처리장은 시설 보완이 시급하다"고 했다.

◆낙동강 물을 계속 먹어도 될까?=페놀, 벤젠 및 톨루엔, 퍼클로레이트, 다이옥산 등 유독물질 오염사고가 끊이지 않는 낙동강 수계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구시는 "수질오염을 근본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낙동강 취수원의 상류 이전을 검토했지만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지난 2007년 4월 상류 이전 방안에 대한 타당성 검토 용역을 실시했으나 지난해 12월 사실상 이전 불가로 결론났다. 상수도본부 측은 "취수장을 상류로 이전할 경우 유지수 부족으로 고령·성주·구미 등 인근 시·군과 물 전쟁이 벌어질 우려가 높고 약 6천억~8천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시설비용 부담에 오염 개선의 실효성 등 문제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취수원 이전이 불가능해지면서 대구시는 일단 '비상 원수 저류조' 신설을 적극 추진 중이다. 다이옥산 농도가 권고치를 웃도는 등 비상사태에 대비해 하루분 이상의 원수를 확보해 둘 수 있는 저류조를 마련, 낙동강 수계 오염사태 발생시 취수를 중단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대구시 관계자는 "현재 진행 중인 낙동강 물길 살리기 사업과 연계해 1천500억원 정도의 국비를 지원받아 저류조 설치를 서두르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다이옥산 배출 업소가 낙동강 수계에 들어서 있는 자체가 문제"라면서 "한시적인 대책이 아닌 근본적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부는 21일 오후 2시 구미시청에서 이병욱 환경부 차관 주재로 대책 마련을 위한 관계기관 회의를 연다. 환경청 관계자는 "다이옥산에 대한 법적 규제를 2011년쯤 시행하기로 했는데 그 시기가 앞당겨질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 차원의 회의인 만큼 근본적인 규제 대책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