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수성구에서 성주군 선남면의 한 공단으로 출퇴근하는 이모(38)씨는 잔뜩 화가 났다. 그동안 지하철 2호선 문양역에 내려 전날 세워둔 자가용을 타고 직장까지 20분 거리를 출퇴근해왔는데, 다음달부터 문양역 주차장이 유료화된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 이씨는 "불경기에 한 푼이라도 아끼려는 차량 운전자들이 문양역에 아주 많다"며 "주차장 유료화라니 날벼락이 따로 없다"고 불평했다.
대구 지하철 2호선 종점역인 문양역 주차장의 유료화 방침이 알려지면서 인근 직장인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지상역인 문양역은 전체 건물의 3, 4층이 역사(驛舍), 1, 2층은 주차장(각 5천600㎡)으로 활용되고 있는데 193개의 주차면이 하루종일 차 있을 정도로 이용자들이 많다. 이들 대부분은 인근 시민들과 기름값을 아끼기 위해 대구에서 지하철을 타고 왔다 자가용을 타고 성주, 달성 등 직장으로 오가는 직장인.
그런데 대구도시철도공사와 달성군이 지난해 문양역 1층에 농산물 집하장(1천640㎡)을 짓기로 협약을 체결, 집하장 운영과 주차장 관리를 대구농산물생산자영농조합 측에 맡기면서 상황이 달라지게 됐다. 조합 측이 주차 시스템 구축과 화재, 청소 등 주차장 관리 비용을 전적으로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주차장 유료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20일 오후 취재진이 찾은 문양역 주차장 입구에는 '2월 1일부터 주차장을 유료화한다'는 대형 안내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문양역 관계자는 "이달 초부터 주차장 유료화를 알리는 플래카드가 내걸렸다"고 전했다. 주차장 이용자들은 불만부터 쏟아냈다.
김모(42·중구 남산동)씨는 "주차장이 유료화되면 한 달에 최소한 몇만원은 주차비로 내야 될텐데, 그렇게 되면 지하철을 이용할 이유가 없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한모(36)씨는 "대중 교통 이용을 많이 하라고 할 때는 언제고 이제와서 주차비를 받겠다는 것은 뭐냐"며 "또 주차장이 유료화되면 집하장을 찾는 시민들의 불만이 커질 것"이라고 했다.
도시지하철공사 측과 영농조합 측은 주차장 유료화는 아직 검토 단계일 뿐 확정된 것은 없다며 애매모호하게 답변했다. 공사 이영택 사업팀장은 "조합 측에서 주차장 유료화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아직 결론이 난 것은 아니며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조합 관계자는 "주차 시스템 구축과 화재 방지 시설·청소비 등 주차장 관리비용을 조합에서 전적으로 부담할 수는 없지 않느냐"며 "주차장이 유료화하더라도 주차비는 최소 수준일 것"이라고 말했다.
농산물 직거래장 등이 들어서는 문양역 농산물집하장은 오는 3월 말이나 4월 초쯤 문을 열 예정이다.
임상준기자 zzu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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