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대구 서문시장. 제수용품을 구입하러 나온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칼국수 가게, 손님 맞으랴 생선 손질하랴 정신없이 바쁜 어물전, 한 개만 더 달라는 실랑이가 벌어지는 과일가게 등은 대형소매점에서 느낄 수 없는 푸근함과 정겨움을 지닌 예전의 시장 모습 그대로였다. 이날 제수용품과 설빔을 사러 시장을 찾은 김정수(35·여·대구시 중구 남산동)씨는 "명절 기분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곳은 뭐니뭐니해도 시끌벅적하고 흥정소리가 정겨운 전통시장"이라고 말했다.
설 명절을 앞두고 전통시장이 붐비고 있다. 서문·칠성·서남시장 등 대구의 대표적인 전통시장에 따르면 손님이 지난해에 비해 10~15% 증가했다. 극심한 불경기에 알뜰 쇼핑을 하려는 소비자들이 지난해에 이어 새해에도 전통시장을 찾고 있는 것이다.
서문시장 건어물상가 상인 전모(57)씨는 "불황으로 지갑이 빈 데다 건어물 시세는 지난해보다 20% 정도 올라서 손님 한 사람이 사 가는 액수는 늘어나지 않았지만 손님 수는 작년보다 조금 늘고 있다"면서 "요즘 같은 불경기에 손님이 줄지 않은 것만도 큰 다행"이라고 말했다.
재래시장에 고객이 다시 몰려드는 것은 대형소매점보다 제수용품 구입 비용이 저렴한데다 쉼터와 난방, 아케이드 설치 등 고객 편의시설과 서비스도 손색이 없기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서문시장 안 고객지원센터 등은 놀이방과 수유실까지 갖춰 아이들을 둔 주부 고객들에게 인기가 좋다.
최태경 서문시장상가연합회장은 "전통시장 상품권을 구입하면 1시간 무료주차권을 나눠주는 것도 주차장 이용에 불편함을 느꼈던 고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대형소매점에서나 접할 수 있었던 설맞이 경품행사를 시장들이 잇따라 도입한 것 역시 손님끌기에 도움이 되고 있다.
서남신시장이 마련한 '설맞이 고객감사 경품대잔치'는 응모권 4만장이 거의 소진될 만큼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칠성시장은 금액에 상관없이 시장에서 물건을 사기만 하면 응모권을 줘 관심을 모으고 있다. 현재 서문시장 2지구 종합상가 등 많은 시장이 설맞이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윤상철 칠성시장상인회장은 "구매금액에 상관없이 응모권을 주기 때문에 상인과 손님 모두 좋아한다"면서 "시장 자체 상품권이 경품으로 제공되기 때문에 재구매 효과도 거둘 수 있다"고 했다.
대구 근교 5일장에도 날씨가 풀리면서 제수용품을 구입하려는 주부들이 몰려들고 있다. 대구 반야월 5일장 상인 박모(55·대구시 동구 신서동)씨는 "추운 날씨가 풀리면서 제수용품을 사려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현호종 서남신시장 상인회장은 "전통시장 상인들도 젊어지고 시장을 찾는 고객들도 젊어지고 있다"면서 "신용카드 결제가 가능하고 적립 카드도 마련하는 등 대형소매점 못지 않게 서비스 경쟁력을 키운 것이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고 말했다.
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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