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방학을 맞은 학교들이 영어캠프로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예년보다 영어캠프를 마련한 학교가 크게 늘고 프로그램이 알차게 짜여진데다 불황 여파로 국내외 비싼 영어캠프 대신 학교를 찾는 학생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지난 14일 대구 수성구 성동초교에선 영어캠프가 한창 열리고 있었다. 한 교실에선 '교통수단'을 주제로 수업을 하고 있었다.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교통수단에 대한 질문을 받은 학생들은 bus, plane, subway 등의 단어를 앞다퉈 쏟아냈다. 한 학생이 '스카이 콩콩'이라고 말하자 교실이 한순간에 웃음바다로 바뀌었다.
5학년 이진우군은 "원어민 선생님의 열의나 프로그램이 예전에 참가했던 사설기관의 영어캠프나 영어학원의 수업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만족해했다. 노경희 교사는 "140명의 학생들을 수준별로 3개 그룹으로 나눠 교재나 프로그램을 짜니까 학생들의 반응이 무척 좋다"고 말했다. 이 학교는 12일부터 14일까지 3일간 10개반을 운용했다.
대구시교육청에 따르면 이번 방학 동안 영어캠프를 준비한 학교는 모두 73개교. 초등 53개, 중등 20개교로 지난해 겨울방학의 26개교(초등 15개교·중등 11개교)보다 3배 가까이 늘었다. 학교들마다 이틀에서 2주 과정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시교육청 교육정책과 황정문 장학사는 "시교육청이 영어캠프와 관련해 올해 특별교부금 5억3천만원을 받은데다 TALK장학생(교포2세 등 정부 초청 해외영어봉사자)을 많이 배치했다"며 "저소득층 학생들을 선발한 뒤 일반 학생들을 모집해 캠프를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무료나 실비(교재비 부담)로 운영되다 보니 학생들이 예상보다 많이 몰리는 바람에 운영 계획을 바꾼 학교들도 적잖다. 달성군 가창면 용계초교는 당초 예상 인원을 100명 정도로 계획했다가 신청자가 크게 늘어 정원을 200여명으로 늘렸다. 성동초교도 경쟁률이 2.5 대 1을 넘어 추첨으로 학생들을 선발했다. 달서구 이곡초교는 정원을 100명으로 계획했으나 118명으로 대상자를 늘렸고 원어민 보조교사까지 투입해 캠프를 진행했다.
4학년 자녀를 학교 영어캠프에 보내고 있는 40대 한 주부는 "방학 때마다 아이를 미국이나 사이판 등에 해외캠프를 보냈지만 올해는 불황으로 엄두가 나지 않았는데 영어캠프가 생겨 다행"이라고 했다.
용계초교 채영기 교사는 "학교 영어캠프 확대가 사교육비를 줄이는 데도 큰 몫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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