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시설에 1억 쾌척…SAC 남정두 사장

입력 2009-01-17 06:00:00

"어렵다고 외면해서야 되겠습니까. 이럴 때일수록 돕고 살아야죠."

한 사업가가 장애인 복지재단의 강당을 짓는 데 1억여원 상당을 선뜻 후원하고 나섰다. 너도 나도 어렵다는 소리만 나오는 요즘, 후원금 5천만원과 5천여만원 상당의 철근을 내놓은 것이다. 서정희 더불어복지재단 원장은 "장애아들의 재활치료 등을 위해 꼭 필요한 시설인데 경기상황 악화로 1년째 계획만 세워놓고 착공을 못하고 있다가 후원 덕택에 오는 3월 착공하게 됐다"고 고마워했다.

1억원을 쾌척한 주인공은 남정두(57·SAC 사장)씨다. 남 사장은 인터뷰 요청에 펄쩍 뛰었다. "나보다 더 헌신적인 이웃들이 얼마나 많은데 성금 한번 내놓은 나를 알리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손사래를 쳤다.

어렵게 만난 남 사장은 "장애인 복지에 남다른 관심이 있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며 속내를 털어놨다. 눈에 넣어도 아플 것 같지 않은 딸(26)이 정신지체 2급인 장애인이라고 했다. 그는 "아이를 낳기 전에는 남들과 같이 평범하게 살겠다는 목표밖에 없었지만 이젠 장애인 복지가 제일 큰 관심사"라고 했다.

지난 연말 우연찮게 봤던 다큐멘터리와 신문 기사가 그의 마음을 흔들어 놓았던 것도 하나의 계기가 됐다. 시각장애인 부부가 시각장애아동 3명을 입양해 키우고 있는 사연과 청각장애인인 한인 아동을 입양해 키우면서 재활 치료를 위해 회사까지 그만둔 외국인의 사연을 접하면서 그 역시 세상에 무엇인가를 베풀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다.

거액의 기부를 했지만 그의 사업이 '남다른 호황'을 맞고 있는 것은 아니다. 도로포장용 아스팔트와 포장 측정장비, 지진 측정장비 등을 수입 판매하는 그 역시 엔화 급등 여파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남 사장은 "오랫동안 목표한 일인데 경기가 좋고 나쁘고에 크게 영향을 받지는 않겠다고 맘 먹었다"며 "사실 돈을 내놓은 명의만 나일 뿐, 15년간 사업을 하면서 여러모로 도와준 거래업체들 덕택"이라고 했다.

남 사장이 더불어복지재단에 도움을 준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인연은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처음 동구 팔공산에 더불어복지재단이 들어설 때 아스팔트 도로 포장을 해 준 것도 바로 그였다. 남 사장은 "권기홍(노동부 장관 역임, 현 단국대 총장)씨가 이 장애인 복지시설을 시작한다는 소식을 듣고 호기심에 찾아간 것이 계기가 돼 지금도 후원을 계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후로 그는 매년 200만~300만원가량을 후원금으로 내놓고 있다.

그는 새해 소망 하나를 더 가졌다. 아들에게 사업을 맡기고 자신은 레스토랑을 운영하면서 수익금으로 복지단체 후원을 하겠다는 포부다. 이를 위해 그는 조만간 요리를 배울 계획이라고 했다.

"여건만 되면 남을 돕겠다는 마음을 가지지 않는 사람들이 어디 있겠습니까. 저 역시 그들 중 한명일 뿐입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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