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에서 새벽까지' '신시티' '플래닛 테러'의 로베르트 로드리게스 감독은 쿠엔틴 타란티노와 함께 어느 날 갑자기 출현한 감독이다. 그가 멕시코에서 찍은 첫 작품 '엘 마리아치'의 성공은 가히 신화적이었다.
'엘 마리아치'는 단돈 7천달러로 만들어졌다. 할리우드에서 영화 한편을 제작하면서 들어가는 커피 값 총액에도 못 미치는 액수였다. 동네 조무래기와 친척 형들을 데려와 찍은 이 영화는 선댄스 영화제에서 관객들의 열광적인 찬사를 받았다. 흡사 서부영화 '장고'처럼 기묘한 정적이 감도는 한 마을을 배경으로 검은 기타케이스를 든 가수 엘 마리아치가 우여곡절 끝에 악당들을 모두 처치하고 또다시 정처 없이 떠난다는 이야기였다.
그는 이 영화에서 감독, 제작, 각본, 촬영, 미술, 편집, 음악 등 1인 7역을 맡아 종횡무진 활약했다. '엘 마리아치'가 미국에 개봉되면서 사운드 보정에 든 돈만 20만달러였다. '엘 마리아치'의 신화는 그가 미국에서 활동하면서 새롭게 만들어졌다. '데스페라도'와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멕시코'에서다.
19일 오전 1시 SBS 영화특급 시간에 방영되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멕시코'는 로드리게스 감독이 가장 존경하는 액션 감독이자 그가 가장 닮고 싶었던 대가인 세르지오 레오네의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웨스트'를 경배하는 뜻에서 만들어졌다.
악몽과 비극적 상처를 가슴에 안고 유령처럼 숨어서 사는 엘 마리아치(안토니오 반데라스)는 CIA 요원 샌즈(죠니 뎁)가 찾아오면서 세상 속으로 눈을 돌리게 된다. 부패하고 타락한 요원 샌즈는 멕시코 대통령을 암살하고 쿠데타를 일으키려는 음모를 저지시키기 위하여 엘 마리아치를 끌어들인 것이다.
그러나 그가 샌즈의 요청에 순순히 응한 건 대통령을 구하려는 정치적인 목적 때문만은 아니다. 암살 음모를 주도하는 마약 무기 밀매 조직의 두목 바리요(윌렘 데포)의 행동대장 격으로 고용된 마르께즈 장군과의 끝없는 악연이 그로 하여금 다시 총을 잡게 한 것이다.
한편, 멕시코의 특수요원 아헤드레즈(에바 멘데스)는 샌즈를 비롯한 외부 세력들이 멕시코 안에서 벌이고 있는 첩보 활동에 협력자로 가세한다.
'데스페라도'도 그렇듯이 이 영화도 초현실적인 액션에 코믹한 감각을 덧대 만들었다. 비장미 넘치는 장면도 너무 폼을 잡는 바람에 실소가 터지고, 이것이 감독이 노린 영화적 재미이다. 심각한 영화보다는 부담 없는 액션 영화를 좋아하는 이들에게 어울리는 영화다.
김중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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