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 유출 심각성 경종…'파쇄처리' 이끌어내
공공기관의 기록물 폐기 관리가 소홀하다는 보도(본지 12일자 1면, 13일자 3면) 후 대구경북 자치단체, 교육청 등이 잇따라 문서 파쇄처리 및 철저한 감독체계 수립에 나섰다.
개인정보를 많이 취급하는 일선 시·군, 공공기관, 금융기관, 대학 등의 향후 폐기문서 처리 계획과 서울경기지역 자치단체 기록물 관리 상황, 선진국 처리 실태, 시민 반응을 점검했다.
◆"개인정보 유출 위험 이렇게 높은 줄 몰랐다"=대구경북 자치단체들은 지난해 폐기한 문서들이 나돌고 있는지 확인하느라 연일 고물상 뒤지기에 바빴다. 일부 자치단체 직원들은 자신들의 부서 관련 문서를 발견하고 "폐기한 기록물들이 정말로 이렇게 유통되고 있는지 몰랐다"며 "용해증명서를 받았을 당시 다 녹아 없어진 줄 알았다"고 말했다. 용해시설은 제지업체에 있으며 고물상엔 거의 없는 실정이다. 제지업체에서 백지나 일반 골판지를 분리해서 받아주기 때문에 고물상에선 폐기문서를 분류해서 납품하게 된다.
경북지역 자치단체 관계자는 "올해부터 보존연한이 지난 기록물을 폐기할 땐 반드시 파쇄 처리하고 담당 공무원이 전 과정을 철저히 감독할 것"이라며 "개인정보를 담고 있는 일반문서도 외부에 노출되지 않도록 파쇄처리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교육청, 폐기문서 파쇄처리하기로=이전까지 고물상에 기록물 폐기를 의뢰해온 경북지역 교육청들도 "앞으로 파쇄시설이 갖춰진 업체에 처리를 맡겨 월급명세서, 일선학교의 기초학력진단 평가결과 등이 유통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
지금까지는 교육청의 월급명세서들이 고물상에 나뒹굴어 성명, 계좌번호, 월급액수 등이 무방비로 노출될 가능성이 높았다. 또 통장 계좌번호를 자주 바꾸지 않기 때문에 보존연한이 지나도 현재 사용하는 것일 수도 있다.
◆대학·금융기관·병원, 소각처리 많아=경북지역 몇몇 대학들은 소각장에서 기록물들을 태워 처리하고 있는데 이 경우 다이옥신, 질소, 인, 황, 이산화탄소 등의 발생으로 환경오염 우려가 높다. 또 폐지 수입량이 연간 100만t을 넘는 점을 감안해볼 때 자원을 낭비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일부 금융기관이나 병원들은 폐기문서들을 소각하고 있기 때문에 개인정보 보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환경오염을 초래하거나 자원재활용에 역행하고 있어 역시 바람직한 처리방향은 아니라는 지적이 많다.
◆수도권, 파쇄문화 정착단계=국회, 서울시청 등 서울경기 일대 상당수 공공기관들은 보존연한이 지난 기록물들을 파쇄처리하고 있다. 수도권 금융기관, 대학, 기업체 등도 이러한 추세에 동참하고 있어 폐기문서 파쇄문화가 어느 정도 정착돼 가고 있다. 대구경북지역에서도 방위산업체들은 3, 4년 전부터 비용을 지불하고 문서들을 파쇄처리하고 있다.
수도권의 파쇄처리 시설을 갖춘 업체는 11곳인 반면 한강 이남엔 한두곳뿐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미국 일부 기업, 신문까지도 파쇄처리=미국이나 일본에는 이미 기록물 파쇄문화가 일반화돼 있다. 일부 미국 기업은 직원들이 보는 신문까지 문서파쇄기로 처리하고 있다. 직원들이 전화를 받으며 신문지 여백에 메모한 것이 외부로 유출돼 문제를 일으킨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일본도 폐기문서를 철저히 파쇄처리해 개인정보를 보호하고 있다. 또한 일반 폐지도 여러 단계로 꼼꼼히 분류해 재활용하고 있어 한국 업체들이 일본 폐지 수입을 가장 선호하고 있다. 일본의 폐지 재활용률은 90%인 반면 한국은 60% 정도로 알려져 있다.
◆이면지 활용 하나까지 다시 살펴보는 계기로=시민들은 '지금까지 괜찮았는데 설마 무슨 일 있겠나'라는 공공기관들의 안이한 사고가 각종 개인정보 무방비 노출 상황을 가져왔다고 말했다.
대구의 한 교사는 "작은 문서 파쇄시설이 있지만 대부분 귀찮아서 그냥 버렸는데 매일신문 보도 이후 개인정보가 담긴 경우 이면지 하나까지 철저히 관리하게 됐다"고 했다. 경북의 한 시의원은 "공공기관의 기록물들은 거의 모두 시민의 개인정보를 담고 있기 때문에 외부로 유출될 경우 한꺼번에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며 "이번 보도를 계기로 문서 폐기 시 바로 파쇄처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개인정보보호법안을 제안한 변재일 국회의원(민주당·충북 청원)은 공공기관의 허술한 기록물 관리에 대해 "행정안전부가 공공기관의 개인정보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있다"며 "폐기문서 판매는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경산·민병곤기자 min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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