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이달 초를 비롯해 지난 3개월여 동안 기준금리를 2.75%포인트(p) 내리면서 기준금리가 2.50%까지 낮아졌다.
하지만 돈 빌린 사람들은 아우성을 치고 있다. 실제 이자율이 내리기는커녕 오히려 올라가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은행돈 10억원을 쓰고 있는 대구의 한 기계금속업체. 이 회사는 요즘 연 9%대의 이자를 물고 있다. 한 달에 나가는 이자만 700만원에 육박한다. 지난해 여름 7%대 이자율이었는데 불과 몇달 만에 2%p나 뛰었다. 이자로 물어야 할 돈이 순식간에 30%나 올라간 것이다. 한국은행은 금리를 내렸다며 연방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지만 은행은 꿈쩍도 하지 않더라고 이 회사 임원 A씨는 하소연했다.
A씨는 "주변의 기업인들이 매일 은행에 가서 싸움을 하고 온다. 나도 이자 좀 내려달라고 지난 13일 주거래 은행에 가서 '한판'했다"고 털어놨다.
A씨는 그래도 자기 회사는 나은 편이라고 했다. 많은 중소기업들이 담보를 넣고도 연 11%짜리 자금을 쓰고 있다는 것. 이마저도 대출 문턱이 높아 혹독한 대출심사를 겪고 있다고 A씨는 전했다.
은퇴자 B씨는 퇴직 후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퇴직금을 몽땅 넣어 원룸을 샀다. 구입비용이 모자라 이 원룸을 담보로 은행에서 1억5천만원을 빌렸는데 이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중이다.
그는 "지난해 11월 7.82% 하던 이자율이 12월부터는 9.22%로 2%p가까이 오히려 뛰었다. 6개월 단위로 이자를 정하는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상품인데 이 대출상품의 이자율이 6개월물 은행채 금리를 기준으로 하다 보니 은행채 금리가 상승, 이자가 오히려 올라간다고 은행 사람들은 설명한다. 신문을 보면 금리가 내린다는데 대출금리는 오히려 올라가니 잠이 안 온다"고 하소연했다. B씨는 이자 때문에 노후생활이 엉망이 될 위기라고 한숨지었다.
이런 가운데 은행들은 3개월 단위로 이자율을 바꾸는 CD연동 주택담보대출도 CD금리가 큰폭으로 내렸는데도 불구하고 가산금리를 올리는 방법으로 주택담보대출 이자율을 빠르게 내리지 않고 있다. CD연동 주택담보대출은 CD금리에다 가산금리를 얹어 적용되는데 대구시내 한 은행의 경우, 지난해 6월 말 0.98~2.48% 수준이던 가산금리가 이달 14일 현재 1.85~3.15%로 1%p가까이 오히려 올라갔다.
대구의 기업인 C씨는 "은행들이 여신관리를 잘못해 연체율이 올라가고, 일부 은행들은 외화를 빌려다 우리돈으로 바꿔 이를 대출금으로 마구 풀어놓은 뒤 막상 경제위기가 닥쳐 외화조달비용이 올라가자 이런 비용부담을 고스란히 이자율 상승으로 몰아붙인다"고 꼬집었다.
대구시내 한 은행 관계자는 "CD연동형 주택담보대출 경우 가산금리가 올라가는 것은 은행의 자금 조달비용이 올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도 어딘가에서 돈을 마련해 대출을 해주는데 은행이 돈을 구하려면 요즘 비싼 예금 이자를 주지 않으면 돈이 들어오지 않는다. 조달비용 상승으로 대출 때의 가산금리도 올라가는 것"이라고 했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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