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 드러낸 겨울가뭄…산간지역 등 식수난

입력 2009-01-15 09:50:33

▲ 겨울가뭄으로 식수난을 겪고있는 상주 모서면 백학1리 목가마을에 13일 상주소방서가 긴급식수탱크를 설치, 급수에 나서고 있다. 이홍섭기자
▲ 겨울가뭄으로 식수난을 겪고있는 상주 모서면 백학1리 목가마을에 13일 상주소방서가 긴급식수탱크를 설치, 급수에 나서고 있다. 이홍섭기자

지난 13일 상주 모서면 백학1리 목가마을에 반가운 손님이 찾아왔다. 마실 물을 싣고 온 소방차였다. 10여 가구의 마을주민들은 살을 에는 영하의 날씨 속에서도 두 손에 양동이를 들고 길게 줄을 섰다. 마을 이장 조병철(54)씨는 "올해 유난히 겨울 가뭄이 심해 집집마다 물통을 두고 겨우 식수만 해결하고 있다"며 "소방서에서 10t짜리 용수탱크를 마을에 설치해줘 겨우 시름을 덜게 됐다"고 말했다.

겨울 가뭄이 계속되면서 주민 불편이 심각한 수준을 넘어 '식수구하기 전쟁'으로 번지고 있다. 일부 산간지역에는 소방차·소방헬기가 급수지원에 나서고 있고 새로 지하수 개발에 나선 마을도 있다.

상주시의 경우 간이상수도 급수구역 내에도 물이 모자라 급수지원 요청이 잇따르고 있다. 모서면 백학리 웃재마을 20가구는 상수원으로 사용하던 계곡 물이 마르면서 최근 농업용수(암반관정)의 송수관을 연결해 식수를 공급하고 있다. 청리면 청상리 정골마을도 상류에 도수관을 설치해 18가구의 물부족 사태를 해소하고 있다. 낙동면 비룡리 잿마마을, 화동면 반곡리 은소마을 등도 상황은 비슷하다.

구미에서도 비상급수 행렬이 갈수록 길어지고 있다. 해평면 도문리 속칭 내밀마을은 가뭄이 지속되면서 수질이 악화돼 구미소방서와 구미시청이 급수차를 동원해 4일 동안 물을 실어 날랐다. 35가구가 사는 옥성면 수태마을은 긴급 사업비를 투입, 지하 130m를 굴착해 지하수를 식수로 공급하고 있다. 금오산 약사암에는 소방헬기를 동원해 20ℓ들이 물통 200개를 공급하기도 했다. 약사암 선단 스님은 "30년 이상 살아왔지만 식수가 고갈돼 외부에서 물을 공급받기는 처음"이라고 했다.

지난 두 달 동안 비가 거의 내리지 않으면서 영남지역 최대 식농업용수 공급처인 안동·임하호 역시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임하호의 저수율은 28.6%, 안동호는 33.8%로 수자원공사 안동권관리단은 가뭄이 장기화될 경우 1단계로 하천유지수를 줄이고 2단계로 용수를 줄일 예정이어서 봄 영농차질이 우려된다.

경북도내 다른 지역도 어려움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오십천 수원지와 남정취수장 등이 바짝 말라가고 있는 영덕은 2월부터 대부분 지역에서 12시간 제한급수, 3월부터는 운반급수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의성도 철파저수지 용수 공급을 위해 남대천 일원 6km 구간을 굴착하는 한편 중대형 펌프 2개와 소형 관정 9개를 24시간 가동해 물을 퍼올리고 있다. 상대적으로 형편이 괜찬은 포항시는 수돗물 아끼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

경북도 소방본부는 "올 들어서 도내 303개 마을에 655t의 물을 실어날랐다"며 "가뭄이 해소될 때까지 모든 주민이 물 아껴쓰기에 동참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홍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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