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현장이 일감 실종으로 '최악의 새해'를 맞이한 가운데 올해 임금 및 단체교섭에서 이른바 '양보교섭'이 자리잡을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양보교섭이란 노사가 서로의 주장을 최대한 억제하고 가급적 이른 시일 안에 교섭을 끝내거나 무교섭으로 임단협을 끝맺는 것. 구미, 포항 등에서는 '양보교섭' 바람이 이미 시작됐다.
대구노동청에 따르면 포항의 내화벽돌 제조업체인 포스렉 노동조합이 13일 올 임단협을 사용자 측에 무교섭 위임하기로 했다.
구미국가산업단지 내 산업 및 일반식품 포장용 필름 생산업체인 ㈜필맥스 노사도 지난달 중순 올해 임단협을 회사에 위임한 것은 물론, 노사평화 선언식까지 하면서 사실상 올해 임단협을 타결했다. 165명이 근무하고 있는 이 회사 전성진 노조위원장은 "임단협에 드는 수고를 생산활동에 투자하는 것이 낫다는 조합원들의 의지가 담겨 있다"고 말했다.
방위산업체인 구미의 LIG넥스원도 지난달 올해 임단협을 무교섭으로 타결했다. 원종도 노조위원장은 "경제위기 상황에서 노사화합과 상생의 파트너십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한국노총 구미지부 이경열 기획부장은 "상당수 기업체들이 올해 임단협을 조기에 타결하자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일반적으로 임단협은 6, 7월에 타결되지만 올해는 이같은 분위기로 임단협 기간이 2, 3개월 정도 단축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구권에서도 설 연휴가 끝난 이후 '양보교섭' 바람이 나타날 것으로 대구노동청은 예상하고 있다. 실제로 경기가 하락기에 접어든 지난해 대구경북에서는 노사분규로 인한 생산손실일수가 예년에 비해 눈에 띄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노동청 관계자는 "노사가 양보교섭을 할 경우 우대금리 적용 등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할 방침"이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국내 최대 산업별노조인 동시에 대구경북에서도 가장 큰 조직력이 있는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는 양보교섭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임금삭감 등 노동자에 대해서만 일방적 책임을 전가하는 교섭에는 임할 수 없다는 것.
금속노조 대구지부 이광우 지부장은 "지금의 위기 책임을 모두 노동자들에게만 돌리면서 임금삭감 등에 응하라고 하는 것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며 "금속노조는 조만간 올해 요구안을 확정지을 것이며 일방적 양보교섭 요구에는 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금속노조는 대구에 9곳 2천500여명, 포항에 7곳 450여명, 구미에 3곳 968명, 경주에 16곳 2천430여명 등 대구경북 30여곳 제조업체 6천여명의 노동자가 가입해 있는 최대 산별노조여서 이들의 행보가 올해 양보교섭 확산 여부의 열쇠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구미·이창희기자 lch888@msnet.co.kr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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