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심각한 입법전쟁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여야는 13일 본회의를 열어 비쟁점법안들을 처리하고 남은 회기동안에는 특별한 의사일정을 잡지 않았다. 사실상 여야합의하에 개점휴업상태가 계속될 전망이다. 2월 국회가 예정돼있는데도 굳이 1월 국회를 소집한 데 대해서도 체포동의안이 발부된 민주당 김재윤 의원에 대한 체포를 막기 위한 '방탄국회' 아니냐는 논란도 일고 있다.
이 때문에 막 시작된 의원외교에 대해서도 국민들의 비난이 쇄도하고 있다. 그래서 오바마 미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하고 멕시코 등지를 방문하려던 여야 원내대표단은 출국일정을 취소하는 등 여론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의원외교를 추진중인 기획재정위 등 일부 상임위에서도 여론 추이를 살피면서 해외출국 일정 조정을 검토하고 있다.
당초 여야 원내대표단은 1월 임시국회 기간 동안 함께 의원외교에 나서는 일정에 합의했다. 그러나 지난 9일 해외 출장 계획을 전격 취소했다. 홍준표 원내대표실은 "산적한 법안 처리와 경제상황 등을 감안해 계획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여야 원내대표단이 외유일정을 취소한 숨은 이유는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TIME)의 표지를 장식하는 등 세계적인 망신거리가 된 국회 폭력 사태의 책임을 져야 할 원내대표들이 외유성 해외 출장을 나가는 것에 대한 비난여론 때문이라는 관측이다.
이에 앞서 여야 원내대표단은 11일 함께 TV 토크쇼에 출연, 모처럼만에 머리를 맞대고 노래를 부르는 등 화기애애한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여야가 본회의장을 점거하고 강제로 끌어내려고 시도하는 등 강경 투쟁으로 일관하다. 쟁점법안 처리에 전격 합의한 지 채 일주일이 지나지 않았다.
그러자 당장 한나라당내에서 이런 모습을 비난하고 나섰다. 한나라당 전여옥 의원은 11일 호된 비판의 글을 올렸다. 전 의원은 "자숙하고 반성하고 문밖 출입을 삼가도 국민의 상처가 덧날 판인데 웬 외유 취소에, 쇼 출연까지 하느냐"며 "3당 원내대표들이 나란히 출연해 덕담을 나누고 '목로주점'을 불렀다니, '몽롱한 정신'에서 불렀는지…"라고 조롱했다.
민주당 일부 의원들이 지난 주말 대거 태국으로 골프 외유를 간 것도 따지고 보면 이번 임시국회가 별다른 쟁점이나 의사일정이 없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사실 1월 국회는 13일 본회의에서 비쟁점법안 수십여건만 처리하면 할 일이 없다. 정치권 스스로 공전이 뻔한 국회를 소집했다가 '놀기만 한다'는 비난여론을 자초한 셈이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홍준표, 정계은퇴 후 탈당까지…"정치 안한다, 내 역할 없어"
[매일문예광장] (詩) 그가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 / 박숙이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세 번째 대권 도전마저…홍준표 정계 은퇴 선언, 향후 행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