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관문을 열면 바로 보이게 걸려 있는 석 달짜리 긴 달력이다. 그다지 화려하거나 세련된 디자인은 아니더라도 깔끔한 긴 달력 하나가 내게 선택되면 달력은 나의 친구이자 미소를 가져다주는 보물이 된다. 12월이 되어 새 달력을 하나 정하면 난 새해 설계를 하며 나의 보물들의 생일을 하나하나 표시하며 미소를 짓는다.
1월 3일 남의 집 보석(사위), 1월 23일 복덩이(며느리), 3월 19일 정의장님(남편). 이렇게 초록색으로 큰 동그라미를 그리고 반듯한 정면에 새 달력을 걸고 나면 일년의 사분의 일인 석 달이 행복하게 지나간다.
지난 3일 남의 집 보석 생일에는 사위에게 혼자만 쓰는 통장계좌를 알려달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멋쩍은지 아직 답은 없다.
딸의 통장으로 적지만 매년 생일 축하금을 보내보면 손자들과 외식이 거의 다인 것 같아 마음이 좀 그랬다. 이제 불혹의 나이에 들어선 사위. 후배들에게 식사 한 끼 마음 편히 못 살 것 같고 소주라도 두어 잔 걸치게 되는 회식 때에 대리 운전비를 아끼랴 음주운전이라도 할까 조바심이 나는 연말을 보냈다. 이제 중학생을 둔 사위가 학원비 걱정하느라 마음쓰고 기가 죽나 싶은 생각이 들면 잘 키운 남의 집 보석이 마냥 안쓰럽다.
남의 집 보석인 사위, 복덩이인 며느리로 생각만 바꾸면 씨암탉 잡아주는 장모님이 최고인 옛날로 돌아가고, 시금치를 많이 사 먹인 내 아들과 손자들이 뽀빠이처럼 힘이 솟아 행복해 하는 세상이 올해는 꼭 돌아오리라 기대한다.
'앗, 남의 집 보석 사위의 메시지가 왔네. 우리은행 ×××-××….'
우기유(경산시 중산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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