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 자판기]시장 현황

최대 55종 내장 멀티자판기가 뜬다

2007년 한해 우리나라에 보급된 자판기 수는 10만3천868대, 금액은 624억5천만원을 기록했다. 이를 전년도 보급대수와 비교하면 수량에서 약 11.5% 증가한 것이지만 이 가운데 미니 커피자판기 8만8천900대를 빼면 일반자판기의 신규 보급은 1만4천968대에 불과해 전년도에 비해 오히려 14.1%정도 줄어들면서 자판기시장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한국자동판매기공업협회 통계에 따르면 자판기시장이 이렇게 위축된 데는 지금껏 시장의 성장세를 주도해 온 음료자판기시장의 부진을 꼽을 수 있다. 2007년 중대형 음료자판기시장은 총 보급대수 8천276대에 232억1천만원대의 매출로 전년도보다 수량(6.6%)과 금액(7.8%)에서 모두 감소세를 보였다.

가장 큰 원인은 캔자판기 수요의 감소. 단일 커피자판기 분야가 10%이상의 성장세를 나타냈음에도 불구하고 전체 음료자판기시장이 마이너스 성장을 하게 된 것은 캔자판기 부진의 폭이 그만큼 컸기 때문이다. 수량에서 22.5%, 금액에서 33.1%의 시장 감소세를 보인 것이다. 여기에 1천원 신권발행으로 인해 신규 장비에 대한 투자가 제 때 이뤄지지 않은 점과 더불어 시장흐름을 주도할 만한 트렌드상품이 없었던 일반 식품자판기시장의 부진과 시장 규모를 키워 줄 뚜렷한 히트상품이 없어 새로운 블루오션 영역에 대한 도전의욕을 꺾게 한 점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과거처럼 폭발적인 시장의 수요는 없더라도 가능성과 비전을 모색한 자판기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약동적인 시장 환경을 조성할 것으로 기대되는 점도 있다.

그 첫 번째 가능성이 최근 등장한 멀티자판기이다. 멀티자판기는 내용물의 크기에 상관없이 최소 35가지에서 최대 55가지의 잡화나 음료를 판매할 수 있는 자판기로 현재 대구에서는 '호텔 인터불고 엑스코' 객실층에 12대가 설치돼 있다. '멀티 벤더'란 이름의 이 자판기는 기존 자판기보다 용량이 2,3배나 클 뿐 아니라 겉면이 투명유리로 돼 있어 한눈에 제품의 상태를 보면서 선택할 수 있다. 이 속에는 음료를 비롯해 칫솔, 쿠키 심지어 스타킹과 생리대까지 들어 있다.

다음은 자판기 안에서 원두를 직접 갈아 커피를 뽑아주는 원두커피자판기가 소비자의 인기를 얻고 있어 자판기시장의 수요 확대를 주도할 전망이다. 기존 커피자판기는 인스턴트커피를 재료로 하기 때문에 향이나 맛이 시간이 갈수록 줄어들지만 원두커피자판기는 즉석에서 원두를 갈아바로 뽑아내기 때문에 신선한 커피 향과 맛을 자판기로도 마실 수 있다. 특히 소비자 판매가격을 인상하기 힘든 기존 커피자판기나 캔자판기와 달리 원두커피자판기는 고급제품을 지향, 가격 인상이 쉽다는 장점이 있다.

한편 무인빨래방시장이나 DVD무인대여기가 새로운 시장 가능성을 엿보게 하고 있으며 건전한 독서문화를 주도할 목적으로 지하철역을 중심으로 등장한 책판매기도 또한 '가뭄 속 단비'처럼 자판기 시장의 호재로 떠오르고 있다.

무인빨래방은 자판기를 이용한 샵 사업으로 단연 주목을 받을 만큼 매장이 늘고 있다. 2007넌 한해에만 코인셀프 세탁기 및 건조기가 전국적으로 1천200대가 보급되면서 총 매출 40억을 훌쩍 넘겼다. 세탁기의 고기능화도 인기를 얻는 요인이 되고 있다.

GS25, 패밀리마트 등 편의점 중심으로 보급된 DVD 무인대여기의 경우 아직은 소비자들의 큰 주목을 받고 있지 못하지만 편의점을 애용하는 젊은층의 인식이 넓어지면서 시장 확대가 기대되는 아이템이다.

핸드북을 판매하는 책자판기는 2007년 총 보급대수 305대에 10억6천만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하지만 책자판기의 특성상 얼마나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하느냐가 시장 활성화의 관건으로 남아있다.

대구 북구 산격동의 삼원자판기 박철현 대표는 "앞으로 자판기시장의 판매 아이템은 더욱 다양해질 전망이며 기능면에서도 보다 편리한 구조로 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문기기자 pody2@msnet.co.kr

사진 정재호기자 newj@ms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