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전 한국으로 시집온 베트남 결혼이주여성 함 투히리엔(24)씨는 남편이 출근하고 나면 세살인 딸아이와 온종일 집에서만 지낸다. 친구도 없고 마땅히 갈 곳도 없기 때문. 요즘 함씨에게 희망이 생겼다. 집 인근에 다문화가정을 위한 도서관이 생긴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말을 배우기 시작한 아이를 위해 서툴지만 한글 동화책도 읽어줄 수 있고 궁금했던 고향 소식도 들을수 있다는 기대에 부풀어 있다. 함씨는 "고향 소식이 궁금해도 베트남어로 된 출판물은 구할 수가 없었다. 이웃 한국인 어머니들처럼 아이와 함께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어주는게 소원"이라고 말했다.
함씨처럼 도서관을 이용하고 싶어 하는 이주 외국인들을 위한 다문화 전문 도서관이 다음달말 전국에서 처음으로 대구 달서구에 문을 연다.
달서구청은 8일 달서구 신당동 성서종합복지관 2층에 4천만원을 들여 '무지개 도서관(가칭)'을 설립한다고 밝혔다. 이 도서관은 결혼이주여성과 외국인 근로자들을 위한 첫 전용 공간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구청 측은 비록 면적 50㎡의 크지 않은 규모로 시작하지만 1년간 운영해 문제점을 보완한 뒤 '다문화 가정을 위한 종합정보센터'로 규모를 크게 키울 계획이다.
구청 관계자는 "달서구에는 대구에서 가장 많은 외국인 근로자 7천741명과 792명의 결혼이주여성이 살고 있어 이들의 문화적 욕구를 풀어줄 것"이라고 했다. 기존 도서관은 한글이 서툰 이주 외국인들에게는 이용의 불편이 적잖았다.
무지개 도서관에는 세계 각국 언어로 된 다양한 서적 2천여권과 인도네시아, 베트남, 필리핀, 스리랑카, 인도 등 주요 국가별 신문, 잡지 등 다양한 자료들을 구비하게 된다. 특히 다문화가정 2세들을 위해 겨울, 여름방학 동안에 한글교육, 전통예절교육, 전래동화구연 등 공부방을 운영해 다문화 2세들의 학습 능력을 향상시키는데 도움을 주게 된다.
도서관 내부는 결혼이주여성과 자녀들이 함께 공부를 할 수 있도록 온돌로 꾸민다. 도서관을 찾는 이주 외국인들이 성서종합복지관에서 진행중인 한글 교실 등 다양한 외국인 지원 프로그램에도 참여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달서구청 이상현 평생학습과장은 "베트남, 필리핀 등 대사관에 일일이 전화를 걸어 현지 언어로 된 서적과 잡지 등을 수집하고, 도서관 운영과 관련해 교수들의 자문을 얻고 있다"며 "다문화 가정 자녀들의 학력 증진은 물론 외국인 교류의 장 역할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임상준기자 zzuny@ms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