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과메기 익는 마을, 구룡포

입력 2009-01-08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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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메기 한 상부터 차려주소."

한 집 건너 한 집이 회를 파는 포항 죽도시장. 찬 바람 부는 이맘때 이곳 횟집에선 주요리를 먹기 전에 반드시 먼저 맛 봐야 할 음식이 있다. 바로 과메기다. 과메기 한상 가격은 보통 1만 2천원대. 과메기 한 접시에 김·미역·다시마·상추·깻잎·배추 등이 딸려 나온다.

드디어 과메기 시식. 초고추장에 듬뿍 찍어 쪽파·마늘·부추 등과 함께 김 위에 올린 뒤 미역이나 다시마에 싸서 입 안에 넣는다. 꼬들꼬들하고 진하고 깊은 과메기 특유의 맛이 입안 가득 퍼지면서 미역·다시마의 상큼한 맛과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김과 쪽파·마늘·부추 등 부재료는 비린내를 없애주는데 제격. 실파에 돌돌 말거나 상추·깻잎·배추에 싸 먹어도 또 다른 맛을 느낄 수 있다.

겨울 별미 '과메기'의 계절이 돌아왔다. 바다와 바람이 빚어내는 과메기 맛의 원조는 포항 구룡포. 과메기 생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춘 구룡포는 우리나라 최고의 해안 풍광을 자랑하는 곳이기도 하다. 한반도 꼬리 부분에 해당하는 호미곶에서 포항 시내로 이어지는 영일만 해안도로는 해돋이 명소로도 잘 알려져 새해 초 다녀오기에 그만이다.

과메기 익는 마을, 구룡포

"과메기 맛은 지금이 최고입니다. 요즘엔 여름에도 과메기를 내놓지만 사실 맛은 별로죠. 바람이 차야 과메기 맛도 깊어지기 때문이에요." 구룡포읍 병포1리 양지바른 곳. 햇살에 반짝이는 겨울 바닷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과메기 건조 풍경이 한폭의 그림 같다. 예창수산 김금애(56) 대표는 "과메기 말리기에 딱 좋은 시기가 12월 말에서 1월 말까지"라며 "바람이 차면 찰수록 과메기 맛이 살아난다"고 귀띔했다.

이곳 구룡포는 과메기의 본향이다. 과메기는 영일만 어부들이 겨울철 청어나 꽁치를 바닷바람에 냉동과 해동을 반복해 건조시켜 먹으면서 유래한 것이다. 청어의 눈을 꿰어 말린다는 의미의 관목(貫目)에서 '과메기'란 이름이 나오기도 했다. 세월이 흘러 과메기 대중화시대가 열린 지금은 청어 대신 꽁치를 말린다. 청어 양이 부족한데다 기름기가 너무 많아 건조 시간도 오래 걸리기 때문. 이 꽁치도 국내산이 아니고 대부분 원양산이다. 겨울철 국내산 꽁치는 살이 실하지 않아 원양산을 사용해 과메기를 만드는 까닭이다.

과메기를 만들기 위해선 보통 3,4일이 걸린다. 소금기가 묻어있는 겨울 해풍을 맞으며 밤에는 얼고 낮에는 녹기를 반복해 과메기 고유의 맛이 밴다. 구룡포의 청정 자연은 과메기의 깊은 맛을 더하는데 안성맞춤. 최상의 과메기가 나오려면 최저·최고 온도 차이가 크고, 습도와 풍속이 알맞아야 하는데 구룡포 지형과 날씨가 꼭 그렇다.

이즈음 구룡포는 그야말로 과메기 익는 마을. 주변 어디에서나 과메기 말리는 풍경이 끝없이 펼쳐진다. 가만 보면 구룡포 과메기는 '배지기'와 '통과메기'두 종류다. 배를 갈라 내장을 발라내어 말리는 게 배지기라면 말 그대로 통째로 말리는 게 통과메기다. 배지기는 생산 기간이 단축되고 비린내가 덜나며 내장이 생선살 속으로 배어드는 통과메기는 배지기보다 기름지지만 훨씬 고소하다.

호미곶

구룡포에 들렀다면 호미곶 해맞이 광장을 놓칠 수 없다. 해안도로를 따라 구룡포와 이어진 호미곶은 우리나라 지도에서 호랑이 꼬리 마냥 뾰족이 솟아난 곳이다. 매년 1월 1일 가장 먼저 해가 뜨는 곳으로 해돋이를 보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관광객이 몰려든다. 해맞이광장 지척에 우뚝 선 호미곶 등대는 청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이 대륙진출의 기반을 다질 목적으로 1908년 12월 건립한 것. 철근 없이 벽돌로만 지어진 게 특징이며 내부는 6층, 등탑 높이는 26.4m다. 상부는 돔형 지붕형태에 8각형으로 평면을 받치고 있으며 하부로 갈수록 치마를 입은 듯 넓어지는 건축양식이 이채롭다.

호미곶에서 포항시내로 이어지는 영일만해안도로는 아름다운 드라이브코스로 유명하다. 여느 해안도로와 달리 바닷물에 휩싸이는 듯한 착각이 들 만큼 해안에 가깝다. 바닷가에 늘어선 독수리·장군 바위와 구룡포·흥환·도구 해수욕장의 모래 바닷가가 인상적.

죽도시장

해안도로가 끝나면 죽도시장으로 발길을 돌려보자. 구룡포가 과메기 건조장을 원없이 구경할 수 있는 곳이라면 죽도시장은 횟집 천국. 서울 남대문·동대문시장, 대구 서문시장, 부산 자갈치시장과 함께 전국 5대 재래시장 꼽히는 이곳은 시장에서 직접 횟감을 골라 즉석에서 회를 떠 먹을 수 있고, 횟집 어디에서나 과메기요리를 맛볼 수 있다. 사실 겨울철 과메기는 영양의 보고나 마찬가지. 푸른 빛깔에 윤기가 나고 속살이 붉은 빛을 띠는 게 좋은 과메기인데, 청어나 꽁치상태로 있을 때보다 건조됐을 때 영양가가 더 높다. 고도불포화지방산인 EPA와 DHA에 오메가3·핵산까지 풍부하며 어린이 성장과 피부노화 체력저하 등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가는길=대구~포항 고속도로→포항시내→구룡포~호미곶~도구 해수욕장(영일만 해안도로)→죽도시장.

겨울이다. 찬바람 불어 더 감칠 맛 나는 경북의 겨울 별미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영천 곰탕

깊고 진한 국물 맛이 일품이다. 찬바람 불 때 김이 모락모락 나는 곰탐 한 그릇 뚝딱 해치우면 절로 힘이난다. 곰탕 4천원, 수육 1만5천원, 수육 1만원. 영천시장 곰탕골목.

▷빙어

겨울낚시의 재미와 고소한 빙어요리를 한꺼번에 즐겨보면 어떨까. 안동호, 문경 경천댐, 의성 안계조성지 등

▷대게

고소한 향 그윽한 겨울 대게가 그립다면 영덕·울진으로 떠나보자. 대게는 필수 아미노산이 다량 함유된 겨울철 영양의 보고이며 육질이 쫄깃하고 담백하다. 대게찜 3~15만원. 대게탕 3~5만원. 강구항·죽변항 일대.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사진 정재호기자 new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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