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경주 방폐장지원금 後代 고려해야

입력 2009-01-07 06:00:00

방폐장특별지원금 3천억원의 사용처를 둘러싸고 경주는 논란 속에 있다. 논란 끝에 경주시는 1차로 895억원을 집행하겠다고 결정하였고 이제 시의회의 심의절차를 남겨두고 있지만 시의회가 통과시키지 않나하여 시민들의 걱정이 크다. 우군을 만들어 반발을 무마하려고 일부를 몇몇 곳에 배정했지만 여전히 대부분 도로건설에 투입하게 되어있다.

3천억원은 통상적인 예산이 아니라 사연이 담겨있는 '특별'지원금이다. 경주가 천년고도로서 개발제한을 받아 타 지역에 비해 발전이 정체되어 있어 핵 안전의 위험을 현세대는 물론 후대까지 감수하고서까지 받은 지원금이다. 시급하다 치더라도 정부예산으로 건설하는 도로에 투입하는 것은 지원금의 성격에서 보면 전혀 맞지 않다. 만일 지원금이 없었더라면 어떨 작정이었고 도로건설하려고 그렇게 전시민이 투표까지 하며 방폐장을 유치했는지 반문하고 싶다.

경주시는 공청회에서 교통체증 때문에 도로를 건설해야 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타 도시 교통사정은 과연 뭐라고 불러야 할까? 그리고 도로건설이 시급하다고 했지만 시급한 게 오직 도로뿐인가. 더 시급한 것은 먹고 사는 문제다. 경주인구가 이젠 26만9천명선으로 줄어들고 도심은 공동화 현상이 나타나 심각한 위기상황에 직면해있다. 따라서 지원금은 경주인구를 증가시키는 방향으로 사용되어야 맞다. 최소한의 자족경제단위 규모로 인구를 늘여야 하는데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인구이동을 가져오고 경제파급효과가 가장 큰 기업유치가 급선무이다. 3천억원을 공장부지 구입에 사용하여 무상으로 기업에게 부지를 제공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고, 세계적인 이목을 끌 수 있는 프로젝트를 추진하여 관광객 방문을 획기적으로 증가시킬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등 찾아보면 많은 방안이 있을 수 있다.

스페인 빌바오시가 세계적인 구겐하임미술관을 유치하여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킨 사례를 벤치마킹하든가 문화복합관련 기념비적인 초대형건축물을 세울 수도 있다. 경주는 역사문화도시라고 내세운다. 그렇지만 문화는 없다. 없는 문화공간과 문화생태계를 만들고 진정한 문화산업도시로 지향하기 위해 세계의 문화예술인들에게 작업활동공간을 제공하고 문화기업을 유치하여 서울시처럼 문화창조도시로의 발전을 모색하는 것이 경주의 이미지와도 어울리며 미래형 산업추세와도 맞고 전세계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으며 수많은 일자리 창출도 가능하다.

이밖에도 중동의 두바이식으로 세계적인 주목을 끌 수 있는 많은 아이디어가 있을 수 있다. 그 아이디어를 모으기 위해서는 전국적으로 아니 국제적으로 지원금의 사용처에 대한 과제공모를 하는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아무리 많은 돈이 들더라도 아이디어를 모으고 기획과정에 투입되는 돈은 장기적으로 보면 결코 아깝지 않다. 큰 방향을 제시하여 아이디어를 널리 모으면 그 자체부터 경주를 세계적으로 홍보하는 길이며 국가발전도 된다.

3천억원의 사용처에 대한 의견도 각각 다르고 목소리 강도도 다르다. 그렇다고 여기저기 찔끔찔끔 사용하게 되면 표나게 쓰지도 못하고 돈은 흔적 없이 사라지게 된다. 우리 후손들에게 뭐라고 해야 할까를 생각해봐야 한다. 문중에 토지보상금이 나오면 티격태격하다 결국 나누어 쓰고 후손을 위해 뭐하나 제대로 남기지도 못하고 그 문중은 분열과 쇠락의 길을 걷는 것과 마찬가지가 되서는 안 된다. 사용처가 어디로 결정되든지 이 지원금은 한 용처를 선택하여 집중 투자하여야 한다. 그래서 우선 공모과정을 거쳐 몇 가지 대안으로 좁혀서 각 대안을 충분히 경주시민에 홍보한 뒤 시민여론조사를 통하여 사용처를 결정하여야 할 것이다.

전시민이 나서서 방폐장을 유치해놓고 지극히 소수만 알고 소수의 견해에 따라 용처가 결정되어서는 안 된다. 방폐장을 유치할 때처럼 지원금을 쓸 때도 경주시민이 모두 참여해서 결정하여야 한다. 경주시가 공청회나 심의위원회를 거쳤다고 하지만 다 허식적이다. 경주시의회는 면밀한 검토와 충분한 여론수렴을 거쳐서 결정하길 바란다. 사업가적 마인드에서 보면 3천억원의 자본이면 국내외 기업을 참여시켜 자본을 확충하고 부채를 동원하며 정부지원을 받으면 최소한 수조원의 대형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는 종자돈으로 경주회생의 획기적 발판이 될 수 있다. 고도경주의 정체성 훼손과 경주시민의 안전위험을 담보로 받은 지원금은 충분한 논의를 거쳐 천천히 결정해도 늦지 않다.

임배근 (동국대학교 경제학 교수, 경주지역발전협의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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