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다수당이 한걸은 더 나아가야"

입력 2009-01-06 09:40:18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여권이 추진하고 있는 각종 법안에 대해 "국민에게 실망과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고 직설화법으로 비판하고 나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5일 오전 서울 여의도당사에서 열린 한나라당 최고위원·중진 연석회의 석상에 참석한 박 전 대표는 여야 모두를 비판했다. 연석회의에 박 전 대표가 참석한 것은 지난해 7월 30일 이후 이번이 두 번째이다.

박 전 대표는 지난 2일 매일신문 주최 신년교례회에 참석차 대구에 내려와 쟁점법안 처리에 대해서 "끝까지 대화로 타결됐으면 좋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박 전 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야당이 그동안 한나라당의 협상 제의라든가 그런 것들을 거부하고 대화도 거부하면서 국회 의사당을 점거한 것은 참으로 잘못된 것"이라며 민주당을 먼저 비판했다.

이어 박 전 대표는 "한나라당이 국가 발전을 위하고 국민을 위한다면서 내놓은 법안들이 국민에게 실망과 고통을 안겨주는 점도 굉장히 안타깝다"며 "법안의 옳고 그름을 떠나서 국민 통합을 위해 다수당인 한나라당이 한걸음 더 나아가야 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듣기에 따라서는 강행처리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법안 자체에 대해서도 문제가 있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도 있는 발언이었다. 발언 취지가 강행처리에 반대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면서 후폭풍이 만만찮게 불고 있다.

이에 친박 성향의 윤상현 대변인이 "박 전 대표가 법안 자체를 비판한 것이 아니라 불법폭력 등으로 처리절차가 혼란스러워 국민들에게 죄송하다는 취지"라며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박 전 대표의 이 같은 발언을 놓고 당 주변에서는 귀국을 앞둔 이재오 전 의원 측에서 '당내 구심점이 필요하다'며 사전 정지작업을 하는 것에 대한 사전경고의 의미가 담겨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쟁점법안 처리 후 예상되는 당지도부 책임론 공방과 재보선 등 향후 정국을 겨냥한 사전포석 차원 아니냐는 것이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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