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킬레스와 헥토르가 성(城)을 세바퀴 돌면서 싸울 만한 장소는 이곳 뿐이야."
오늘 트로이 유적의 발견자 하인리히 슐리만(Heinrich Schliemann, 1822~1890)이 독일에서 목사의 아들로 태어났다. 일곱살 소년은 호머의 '일리아드'를 읽으면서 꿈을 키웠고 중년이 돼 그 누구도 실존할 것이라고 믿지 않던 트로이를 발굴함으로써 꿈을 이뤘다. 당시만 해도 '일리아드'는 영웅·미녀가 등장하는 설화 수준의 얘기에 지나지 않았지만, 1873년 슐리만이 터키의 히살리크에서 3년간 악전고투 끝에 트로이를 발굴하면서 '대서사시'라는 영광스런 명칭을 얻게 됐다.
그의 위대함은 불 탄 트로이성을 발견하고 왕의 보물을 얻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가난하고 제대로 배우지 못한 악조건을 딛고 위대한 업적을 이룬, 인간승리의 전형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거기다 무역업으로 떼돈을 벌었고 29살 연하의 미녀 아내와 함께 고대 유적을 찾아 나서는 등 마치 동화속 주인공 같은 삶을 살았다.
그러나 그는 지금까지도 고고학계의 공격을 받고 있다. 학자가 아니라는 한가지 이유 때문이다. '사기꾼' '도굴범'에다 설익은 지식과 보물 욕심에 유적을 파괴했다는 오명까지 쓰고 있다. 범인(凡人)의 사고를 뛰어넘은 선각자에게 늘 따라다니는 굴레이기에 인간사가 더 재미있게 느껴지지 않는가.
박병선 사회1부장 l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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