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취임때 時和年豊 한다더니/국론은 갈라지고 경제는 뒷걸음
요 몇 년 사이 해가 바뀔 때마다 四字成語(사자성어)란 게 유행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다. 처음엔 대학교수신문인가 하는 데서 골라 뽑아 시작된 속칭 '올해의 사자성어'가 요즘엔 청와대에다 정치인까지 나서서 한 구절씩 던진다.
새해에 희망적인 다짐이나 나라 전체가 지향해야 할 삶의 철학이랄까 방향 같은 것을 옛 故事(고사)등에서 꺼내다 오늘의 訓(훈)으로 삼아 보자는 건 나쁠 것 없다. 다만 새해 아침, 거창하고 교훈적인 구호를 걸어놓고는 막상 한 해가 지날 때쯤엔 凡夫(범부)들이 안방 벽에 써 붙이는 금연, 금주 딱지처럼 作心三日(작심삼일)의 헛맹세나 빈 메아리로 남는 게 문제다.
청와대가 올해 사자성어로 선정했다는 '扶危定傾'(부위정경:위기를 맞아 잘못된 것을 바로잡고 기울어진 나라를 바로 세운다)도 뜻은 좋다. 그러나 바로 1년 전, 이명박 당선인이 내걸었던 사자성어 '時和年豊'(시화연풍:나라가 태평하고 해마다 풍년이 들듯 대선을 통해 국민이 화합하고 풍요한 경제를 살린다)을 돌아보면 '헛맹세' 소리가 나오게 되는 것이다. 時和는 고사하고 여야와 빈부의 국론이 갈리고 경제는 年豊 아닌 흉년 중의 흉년이 됐다.
같은 무렵 교수신문이 내놨던 2008년 사자성어는 護疾忌醫(호질기의)였다. 병이 있음에도 의사에게 보이길 꺼리고 감추듯, 문제가 있음에도 남에게 충고 받기를 싫어한다는 뜻이나 MB정부는 집권 초부터 남의 충고(민심과 여론) 듣기를 싫어하고 세칭 고소영 내각이니 졸속 쇠고기 협상 같은 속내를 감추며 스스로 병을 키워 촛불시위까지 초래했다.
올해 교수들이 뽑은 和而不同(화이부동)은 아예 정초부터 먹혀들질 않고 있다. 小人(소인) 同而不和(동이불화:소인들은 利害(이해)가 같으면 의와 순리를 굽혀가면서까지 같이 되기(同)를 꾀하나 서로 진심으로 어울려 조화를 이루지는 못함)를 덧붙이면 정초 내내 제 속셈만 꾀하느라 싸움질이 그치지 않는 국회에 딱 맞는다. 구호 따로 행동 따로의 사자성어다.
이회창 총재가 내건 風雲之會(풍운지회)도 '밝은 임금과 어진 신하가 서로 만남'을 이른 말이나, 현충원 방명록에 '소인배로부터 나라를 구해 달라'고 쓴 뒤에 내건 사자성어다 보니 '뭘 모르는 어두운 임금과 어질지 못한 신하들이 소인배처럼 모여 나라를 망친다'는 은유로 비쳐진다.
너도 나도 사자성어를 떠드니 본란도 몇 토막 사자성어를 꼽아보자.
구조조정을 미적거리는 공기업 CEO들에겐 十羊九牧(십양구목)이 어울릴 것 같다. '양 열 마리에 목동이 아홉이나 된다'는 뜻이다. 국민(직원)은 적은데 官員(관원)은 많음을 말한다. 국민들에겐 차 많이 탄다고 낭비를 꾸짖으면서 청와대 각료들은 와이셔츠 바람으로 회의한다(TV). 웃통 벗어야 할 만큼 난방이 되고 있다는 얘기다. 그래서 청와대에는 我歌査唱(아가사창)을 권한다 '내가 부를 노래를 사돈이 부른다'(책망 들을 사람이 도리어 책망을 한다)는 의미다.
성장률 통계 등 불쑥불쑥 엇갈린 발표로 손발 안 맞는다는 소리 듣는 일부 부처 장관들에게는 이런 사자성어가 어떨까? 令出多門(영출다문), '명령 나오는 문이 많음이니 한 가지 일에 명령은 여러 곳에서 나와 일처리가 어지럽다'는 뜻이다.
서민은 동전 하나 쓰는 데도 손이 떨리는데 '원 없이 돈 써본 한 해였다'며 국민세금을 희롱하듯 입방정 떤 오만한 장관에겐 恃而不恐(시이불공), '믿는 구석(코드)이 있어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음'이 어울린다.
갈수록 지지율이 떨어지는 한나라당에게는 晨星落落(신성낙락)이 어떨까. '하늘에 새벽별 몇 개만 남아 있는 것과 같이 친구들과 지지자들이 하나둘 줄어진다'(여기서 낙락은 떨어진다는 의미보다 드물어진다는 의미다)는 뜻이다.
우유부단해 보인 국회의장은 視日不眩(시일불현), '해를 보고도 눈이 부시지 않을 만큼 眼光(안광)이 번쩍거린다는 의미로 어떤 것에도 기 눌리지 않고 소신을 편다는 뜻'이 좋겠고, 광우병으로 국민 우롱한 시청률 꼴찌 방송사의 불법파업에 밀리기만 하는 허약한 공권력 기관엔 槌輕釘聳(퇴경정용), '망치가 가벼우면 못이 도로 솟는다'가 제격이다.
金廷吉 명예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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