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더이상 못 부쳐요" 기러기 아빠의 눈물

입력 2009-01-05 08:56:11

작년말부터 유학·연수 송금액 '반토막'

#서울에서 아이스크림 냉동고를 수리하며 세 아들의 유학비를 마련해온 40대 '기러기 아빠'가 냉동고 가스폭발 사고로 숨졌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지난달 전해졌다. 그는 냉동기기 수리일을 하면서 번 돈을 정기적으로 가족들에게 부치고 자신은 돈을 아끼려고 고시원과 여관 등을 전전하며 생활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두 자녀와 아내를 영국으로 유학보낸 기러기 아빠를 만났다. 자신이 번 돈을 거의 모두 보내고 자신은 월 80만원 정도만 들고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 그는 전재산을 가족들에게 투자하고 있었지만 정작 그의 노후에 대해서는 전혀 대비를 못하고 있었다. 은퇴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재무주치의로서 너무 안타깝다. (어느 재무상담사의 인터넷 카페 글 중에서)

환율폭등·경기침체로 기러기 아빠들의 고통지수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11월의 유학연수 지급액이 외환위기 이후 최대폭으로 떨어졌다. 일반여행 지급액도 68%나 급감했다. 일반여행은 해외여행 가운데 유학연수를 제외한 관광이나 출장을 이른다.

올해 경제 여건을 감안할 때 이같은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유학·연수비 51% 급감

5일 한국은행이 내놓은 국제수지 통계에 따르면 유학연수 지급액은 지난해 11월 1억6천770만달러로 전년 같은달의 3억4천220만달러보다 51.1% 급락했다. 이같은 감소폭은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1월의 61.7% 이후로 가장 크다.

금액으로 따지면 2004년 5월의 1억650만 달러 이후로 가장 적은 규모. 지난 7월(5억5천470만달러)과 비교하면 3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

지난해 1∼11월 유학연수 지급액(누적)은 40억6천360만달러로 전년 같은기간(45억9천240만달러)보다 11.5% 줄었다. 1~11월 유학연수 지급액이 감소한 것은 1998년(-3.3%) 이후 처음. 연도별로는 ▷1999년 9.6% ▷2001년 9.2% ▷2003년 30.2% ▷2005년 37.3% ▷2007년 12.8% 증가했다.

우리나라에 유학온 사람들로부터 거둬들이는 연수 수입액은 연간 1억달러에도 못 미치기 때문에 지급액이 전체 유학연수 수지의 적자로 고스란히 이어지는 구조다.

◆일반여행 지급 68% 급감

일반여행 지급액은 지난해 11월 4억7천390만달러로 전년 같은 달의 14억3천980만 달러에 비해 68.1%나 줄었다. 1998년 1월의 71.6% 이후 최대 감소폭이다.

일반여행 지급액은 지난해 1월 14억6천330만달러에서 7월 15억3천360만달러까지 늘었으나 8월 11억4천980만달러, 9월 8억4천10만달러, 10월 5억9천460만달러 등으로 급감추세.

일반여행 수입액은 11월 10억6천80만달러로 전년 같은달의 6억3천630만달러보다 66.7% 급증했다. 엔화강세로 일본인의 국내 여행이 인기를 끄는 등 국내 입국자가 늘어난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나가는 우리나라 사람은 적고, 들어오는 외국인들이 많아지면서 유학연수와 일반여행을 더한 여행수지는 11월 4억2천280만달러 흑자로 전달의 4억9천550만달러에 이어 2개월째 흑자를 나타냈다. 월중 여행수지가 흑자를 나타낸 것은 2001년 4월(3천40만 달러) 이후 처음이다.

◆환율급등·경기침체가 이런 현상 불러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11월 평균 1,401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달(918원)과 비교하면 43%나 급등한 것이다. 때문에 유학을 보내고 싶어도, 해외여행을 가고파도 가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출국자 숫자(70만 7천512명)는 환율 급등세 비율과 비슷하게 감소했다. 지난해 같은 시기와 비교하면 34.1%나 출국자 숫자가 줄어들었다.

더욱이 경기침체로 '놀고 있는 근로자'가 속출하는데다 반토막 펀드가 급증하는 등 금융자산의 가치하락까지 겹치면서 해외로 눈을 돌릴 겨를이 없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유학연수나 해외여행 지급 감소는 경상수지 개선에 도움을 줘 외화유동성 해소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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