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마술사 같았던 뻥튀기 아저씨

입력 2009-01-03 06:00:00

흙먼지 날리던 비포장도로 16㎞(40리). 신작로 길이 멀어서 지름길인 산등성이를 가로질러 어머니랑 장에 가야 하던 전날 밤, 처마 끝에 매달린 바짝 마른 옥수수 송이를 맨 손으로 비비고 돌리고 해서 옥수수 한 자루를 까야 했다. 손엔 물집이 잡혀 손아귀에 아무것도 쥘 수가 없을 정도로 쓰라렸다. 밤새 깐 옥수수 자루를 머리에 이고 5일장에 따라 나설 때면 물집이 잡힌 손에 통증도 잊어버릴 정도로 신이 났다.

시장에 도착하자마자 시간이 지체되면 다른 사람들이 줄을 서버린다면서 옥수수 자루 앞에 줄을 세워 놓고 어머니는 시장 안으로 사라졌고, 난 뻥튀기 아저씨가 "뻥이요" 할 때마다 손가락으로 귀를 막기 바빴다.

갇혀 있던 옥수수가 튀겨져 나올 때면 폭탄이 터지는 것처럼 희뿌연 연기가 하늘로 오르고 갑자기 몰려드는 인파 속에 나도 튀겨져 나온 옥수수를 주워 먹느라 차례를 기다리는 지루함도 몰랐다. 한참을 기다렸을까 우리 차례가 다가왔다. 마술사 같은 뻥튀기 아저씨의 솜씨로 내 키보다 더 커져 나온 뻥튀기를 보며 부자가 된 것 같았던 유년시절이었다. 지금도 그 당시 버릇이 남아있는 걸까. 집 근처 북구청소년회관 옆 삼거리에 목요일마다 오시는 뻥튀기 아저씨를 찾곤 한다.

새해에 모든 사람들이 뻥튀기처럼 두 배로 좋은 일 가득하고 활짝 웃을 수 있는 날들이 이어지길 소망한다. 그리고 독자들의 이야기들을 다양한 지면을 통해 실어주신 매일신문 임직원들께도 올해보다 더 좋은 일이 뻥뻥 터지길 희망한다.

이동연(대구 북구 복현2동)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