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새해 다짐

입력 2009-01-02 11: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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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연시는 '四字成語(사자성어)'시즌이기도 하다. 이틀 전만 해도 가는 해를 정리하는 사자성어가 쏟아지더니 이젠 2009년산 '따끈따끈한' 사자성어들이 바통을 잇고 있다.

'교수신문'은 신년 사자성어로 '남과 사이좋게 지내되 무턱대고 어울리지는 않는다', 즉 서로의 다름과 차이를 전제로 한 조화를 강조하는 뜻에서'和而不同(화이부동)'을 선정했다. 또 청와대는 '위기를 맞아 잘못됨을 바로잡고 나라를 바로 세운다'는 의미에서 '扶危定傾(부위정경)'을 선택했다. 정계의 3당 대표들도 '石田耕牛(석전경우)'니 '上蒼難欺(상창난기)','風雲之會(풍운지회)'를 신년 사자성어로 각각 내놓았다.

저마다 내용은 다르지만 그 공통점은 새해에 거는 기대와 다짐이라는 점일 것이다. 더구나 2009년 새해는 세계적 화두인 '경제'를 두고 온갖 예측이 분분하다. 직장과 가정, 또는 개인적으로 저마다 바라는 바 염원과 신년 결심을 담은 사자성어를 하나씩 가지는 것도 새해의 첫 발걸음을 더욱 힘차게 만들지 않을까 싶다. 무조건 빨리, 앞을 보고 달리는 것이 강요되는 현대 사회에서 연말연초의 사자성어는 옛사람들의 지혜를 빌어 잠시나마 옆도 뒤도 돌아보고, 다리쉼도 하고, 느릿하게 걸을 수 있는 여유를 갖게 한다. 수많은 사자성어들 속에서 촌철살인의 지혜가 담긴 멋진 글귀를 찾아 공개적으로 발표해야 할 사람들이야 머리가 좀 지끈거리겠지만….

이맘때는 앞으로 1년간 펼쳐질 미지의 시간들을 두고 저마다 크고작은 계획도 세우고 다짐도 하게 된다. 경제 한파 탓일까, 올해 지구촌 사람들의 새해 결심엔 적어도 한가지 공통분모가 있는 듯하다.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미국인들의 올해 최대 다짐은 지갑을 꽁꽁 잠그겠다는 것이라 한다.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악이라 할 만큼 체감 경기가 얼어붙은 미국에서 지출 절감은 불가피한 생존 전략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우리 사회 역시 새 해는 끝없이 '인내'와 '절제'가 요구되는 혹독한 한 해가 될지도 모를 판이다. 그렇다고 기대에 찬 새해 결심을 일찌감치 포기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혹 작심삼일이면 어떠랴. 신년 다짐이 이내 어그러지더라도 실패가 아닌, 실수라고 생각하는 여유를 가진다면 다시 도전할 시간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지 않을까. 전경옥 논설위원 siriu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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