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증 풀어봅시다]성적 환타지

입력 2009-01-01 00:00:00

"물건이 작아졌다"고 호소하는 50대 환자들을 흔히 본다. 더 이상 발기가 안 돼 남자로서 생명이 끝났음을 느꼈을 때 터트리는 비애는 사실 심각하다. 40대까지만 해도 남성의 파워에 대해서 '자유자재'한 가능성으로 위안을 받지만 50대가 되면 자신감 결여와 급격한 기력 저하를 느끼면서 위기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비아그라 덕분에 터지지 않는 풍선을 가지게는 되었지만 음경은 빳빳해짐으로써 그가 당당한 남자임을 알려 준다. 시들한 남자는 빳빳한 남자가 될 수 있어야 한다는 환상과 확신에 사로잡혀 있다. 무덤까지 청춘을 짊어지고 가려는 식의 '장수'를 갈망하게 되기 때문에 자연히 강정제 같은 선약을 찾게 된다.

이런 의학적인 대용 이외에 우리는 저마다의 성적 환상을 가지고 있고, 이들 욕구를 충족할 능력이 있는 것이 요즘이다. 현대는 성형술이 밥먹듯 이뤄지고, 트랜스젠더가 활보하는 시대다. 인간복제 가능성이 예견되는 시대 속에서 실제 섹스보다 더 큰 환희를 제공하는 사이버 섹스의 세상이 도래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

'죽부인'이라고 불리는 것이 있다. 대나무를 엮어 만든 원통형으로 다리나 팔에 걸고 더운 여름을 보내는데 딱 알맞아 여름 한 철만은 진짜 아내보다 더 가까이 하고 싶은 가짜 아내이다. 서양에서도 이와 비슷한 것이 있어서 '더치 와이프(dutch wife)'라 한다. 요즘은 이 더치 와이프가 여성대용 섹스용품의 총칭으로 일반화한 상태다. 일종의 마네킹이라 할 수 있는 '더치 와이프'는 여성의 형체를 본뜬 모조물이다. 플라스틱에서 공기 주입식 비닐제품까지 소재도 다양하다. 최고의 성능은 역시 일본식이고, 체액'두발 등을 변형하고 화장시킬 수 있는 것까지 다양해 남성 독신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여성을 위한 섹스기구는 남성의 성기 모양을 본뜬 '딜도(dildo)'를 말하는데 그 역사는 길다. 현재는 고무제품이 주류다. 우리나라에서도 옛날에는 나무로 깍은 '딜도'가 과부들의 긴긴 밤을 달래주었다고 한다. 우리는 전쟁의 실제를 전쟁영화를 통해서 경험해 왔 듯 모사품을 통한 모사경험의 세계에 살고 있다. 인간의 원초적인 욕망인 섹스에서도 '딜도', '더치 와이프'와 같은 것으로 대체, 만족감을 얻는다. 사이버 섹스의 세상이 현실화한다면 언젠가는 섹스도 현실을 능가해 버리는 세상에 살게 될 지도 모른다.

박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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