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危機를 機會로 만들자

입력 2008-12-31 10:45:15

두려움과 기대로 2009년을 맞는다. 어느 해보다 힘들 것이라는 己丑(기축)년 소의 해다. 그렇지만 소처럼 우직하게, 그러면서 한 발 한 발 앞으로 나아가는 희망을 포기할 수 없다. 어려움은 인내와 협력으로 풀어나갈 것이며 장애는 땀과 지혜로 뛰어넘을 것이다. 危機(위기)를 機會(기회)로 바꾸어 세계 모든 나라와 많은 경제 전문가들의 예측이 빗나가는 한 해를 만들어야 한다. 실현 불가능한 꿈이 아니다. 숱한 역경을 헤쳐나와 오늘에 이른 저력과 역량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1년은 롤러코스터를 탄 한 해였다. 10년 만의 정권교체로 출발한 이명박 정부는 국민 모두에게 장밋빛 기대를 안겨줬다. 그러나 그 기간은 오래지 않았다. 출발 초기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과속과 오버는 아직 대선 승리의 흥분이 가라앉지 않았다고 치자. 이 정부의 수준을 가늠할 첫 개각과 청와대 진용 인사는 새 출발의 기대를 접게 만들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둘러싼 촛불 정국이 나라를 뒤흔들었지만 대응 능력은 낙제점을 면치 못했다.

국회는 시한을 넘겨 예산안을 여당 단독으로 겨우 통과시켰지만 중요 법안들을 통과시키지 못한 채 해를 넘겼다. 경제는 대통령의 인기와 함께 동반 추락했다. 미국발 금융 위기는 온 나라를 암흑 속으로 몰아넣었다. 주가는 곤두박질치고 반 토막 난 펀드는 서민들의 꿈을 앗아갔다. 집값은 떨어지고 매서운 구조조정 한파는 다시 IMF 공포를 떠올리게 한다. 청년백수는 100만 명을 넘어섰다.

집권 2년차 가속도 내야

올해는 달라져야 한다. 세계 경제가 위기 상황을 맞았지만 우리는 이를 跳躍(도약)의 轉機(전기)로 삼아야 한다. 지난 한 해는 우리에게 좌파정권 10년의 역류한 흔적을 지우고 앞으로 나가기 위한 발판을 마련한 기간이었기 때문이다. 어려움을 헤쳐 나가기 위해서는 인내와 지혜가 필요하다는 소중한 경험을 가져다준 한 해였다. 올해는 황소처럼 앞으로 나가면 되는 것이다.

먼저 이명박 대통령은 대통령 당선인 시절의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처음부터 새로 시작하는 임기 첫 해처럼 국민 총화부터 다져야 하는 것이다. 경제 살리기를 모토로 내세웠던 대통령답게 올해는 경제 회생에 실력을 발휘해야 한다. 이 대통령은 지난 연말 대선 승리 1주년 축하연에서 "지금은 할 말을 다 할 때가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야 할 때"라고 했다. 그렇다. 이 대통령 스스로 강조했듯 국가 경영에 가속도를 붙여야 할 집권 2년째다. 이 대통령이 올 국정 업무보고를 지난해 앞당겨 모두 받은 것은 그래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아울러 신년 회견을 앞당겨 하겠다는 것도 그런 의미로 읽힌다. 우리나라가 세계적 경제난국을 이겨내고 번영의 길로 나갈 수 있을 것인지와 함께 이 대통령 자신의 정치적 운명까지 집권 2년차인 올 한 해에 달려있음을 인식했을 것이다. 대통령도 마이너스 성장을 우려했던 만큼 새로운 일자리 창출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 대통령은 당장 연초에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내각 개편에서 度量(도량)을 보여줘야 한다. 한나라당내 親李(친이) 親朴(친박)의 힘 겨루기는 사실상 대통령 지위의 평가 切下(절하)다. 일개 계보의 보스가 아닌 모든 계보의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인사 스타일이 고루 지지를 받는 것도 그의 능력 중심 실용주의에 있다. 그런 의미에서 박근혜 전 대표와의 협력은 당의 화합과 국력의 극대화를 위해서도 서둘러야 한다. 정치권 또한 뼈저린 반성과 함께 여당은 여당답게, 야당은 야당대로 국민이 심판한 표의 의미를 되새겨야 한다.

지역 발전의 희망 틔우자

대구'경북 지역으로서는 참으로 오랜만에 다시 발전의 기회를 맞는 희망의 해다. 정권이 바뀜으로써 무엇보다 국토계획에서 변화가 오고 있는 것이다. 국토해양부는 지난 12월 22일 새해 업무보고에서 내륙 축을 추가한 초광역권 개발 구상을 검토하고 철도 및 댐 계획을 전면 손질하겠다고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지금까지의 서해안 중심 국토 개발 계획에서 내륙과 동해안을 포함하는 구상이다. 지역으로서는 정권이 바뀌었음을 비로소 실감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지난 12월 29일 안동에서 4대 강 물길 살리기 프로젝트의 첫 사업으로 낙동강 생태하천 조성 안동구간 사업이 기공식을 갖고 첫 삽을 떴다. 영남권 신공항 입지가 결정되고 대구'포항'구미 국가산업단지가 조성된다. 대구 시가지 노후공단 재개발 사업이 가속화되고 도시철도 3호선 건설이 시작되면 지역은 재도약의 기틀을 다지는 한 해가 된다.

이런 기회는 가만히 앉아서 수동적으로 받으려고만 해서는 기대하는 발전을 이끌어낼 수 없다. 대구'경북이 앞장서 중앙정부 사업의 방향을 유도해 나가겠다는 先制的(선제적) 활동이 있어야 가능하다. 이 선봉에 김범일 대구시장과 김관용 경북도지사가 서야 한다. 대구'경북 시'도민들에게는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2009년이 되어야 한다.

아무리 어두운 터널도 끝이 있기 마련이다. 어둠은 빛을 예비하는 법이다. 우리 모두 희망으로 새해를 맞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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