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신춘문예] 시조 당선작 '우도댁'

입력 2008-12-31 06:00:00

우도댁

김정순

다단조로 내리던 게릴라성 폭우도 멎은

성산포와 우도사이 감청색 바닷길에

부르튼 뒤축을 끌며 도항선이 멀어져.

이 섬에도 저 섬에도 다리 뻗고 오르지 못해

선잠을 자다가도 붉게 일어나는 아침

어떻게 흘러온 길을, 제 무릎만 치는고.

눈 뜨면 부서지는 것쯤 타고난 팔자려니

젖었다가 마르고 말랐다가 또 젖는

짭짤한 물방울들에 씻기다만 저 생애.

▨ 당선소감

바삭바삭 겨울바람에 제 몸 말리는 억새를 봅니다. 얼기설기 구름 띄운 하늘에 대고 연방 고개를 끄덕이는 억새무리들. 점점 깊어가는 겨울 속으로 맨 몸을 맡기면서도 씨앗 하난 허투루 날리지 않습니다.

휴대전화 통화권 이탈지역인 한라산 중턱 억새밭에서 당선소식을 들었습니다. 깜빡깜빡 끊기는 기자님의 목소리에 몇 번씩 되물으면서 제 귀를 의심했습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쁨이란 이런 것인가 봅니다. 전화를 끊고 멍하니 하늘을 쳐다보았습니다. 그리고 억새밭을 내려와 곰곰 생각했습니다. 글쓰기 5년, 시조쓰기 4년…아직 여물지 못한 나의 문학적 소출이 시조의 들판을 어지럽히게 되는 것은 아닌지 조심스럽습니다.

졸작을 뽑아주신 심사위원님께 감사드립니다. 우리민족 고유장르인 시조도약의 현장에서 열심히 벽돌을 날라달라는 주문으로 여기겠습니다. 일요일저녁마다 함께 문학의 텃밭을 일구는 반달동인들, 컴퓨터 앞에 앉을 때마다 늘 따뜻한 방석을 펴주는 남편과 아이들, 저를 아는 모든 분들과 이 기쁨을 나누고 싶습니다.

제 푸른 시절 삶의 모태가 되어주시다가 지난여름 홀연히 먼길을 가신 시어머님께 당선작 을 바칩니다.

◆ 약력

▷ 1960년생

▷ 제주대학교 경영학과 졸업

▷ 제주 농업기술원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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