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축년 경제난 '황소걸음'으로…소띠해 풀이

입력 2008-12-31 06:00:00

어진 눈에 하늘이 담겨지고/ 엄숙한 뿔이 의지를 상징하는/ 슬기롭고 부지런한 황소여….

박목월 시인의 황소예찬이다. 이처럼 우리는 소를 영물로 극진히 대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긍정적 이미지를 지닌 소는 농경민족인 우리에게 친근한 가축이다. 소는 우직함과 고집 때문에 때로는 아둔함과 미련함의 상징으로 통용되기도한다. 하지만 한국문화에서 차지하는 소는 근면함과 유유자적의 대명사였다. 나아가 동물중에서는 우리와 가장 친근한 존재이기도하다.

소는 온순할때는 한없이 태평스럽지만 일단 고집을 세우면 막무가내다. 그래서 황소고집이란 말도 생겨난 듯하다. 소띠해에 태어난 사람들의 성격은 과연 소를 닮을까. '천천히 걸어도 황소걸음'이라는 속담처럼 끈기있게 꾸준히 노력해 성공하는 사람들 가운데 소띠 태생이 많다. 그러나 한번 화가났다 하면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는 약점도 지닌다. 강자에 강하고 약자에게는 의외로 약하다. 또 일복이 많아 평생을 열심히 일하면서 자수성가하는 사람들이 많다고도 한다.

소는 아득한 옛날부터 인류와 관계를 맺으며 살아왔다. 지금으로부터 1만년 전 유명한 스페인의 알타미라 동굴벽화에 있는 소의 그림은 구석기 인류가 소를 숭배하여 신앙의 대상으로 삼았던 것으로도 해석되고 있다. 인간이 소를 가까이 하게 된 것은 이동생활이었던 구석기시대가 지나고 신석기시대에 들어가 정착에 의한 농경생활이 시작된 때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소가 우리민족의 일상과 얼마나 가까운 동물인지는 고구려 고분 벽화와 신라 토우에서도 발견된다. 고구려 고분벽화에서 소는 달구지를 끌고 가거나 외양간에서 한가로이 여물을 먹는 모습을 하고 있다. 신라토우에서 발견되는 소 중에는 요란하게 뻗은 뿔을 지닌 모습이 발견되는데 이는 물소를 연상케한다.

소는 우직하고 순박하며 여유로운 천성을 지닌 동물로 인식된 까닭에 선비들은 각별한 영물로 여겼다. 그런 흔적은 소를 소재로 한 시나 그림 고사가 남아있다는 점에서 확인가능하다.

소는 전통농경사회에서 힘든 농사일을 도맡아 하는 주역이며 풍요와 힘을 상징했다. 그렇기에 소는 부를 불러오고 화를 막아주는 존재였다. 농가밑천으로 소가 최고의 자산이었다. 그래서 꿈에서도 소꿈은 조상, 산소, 자식, 재물 부동산을 상징했다. 그래서 '소가 문밖으로 나가면 간사한 일이 생긴다'거나 '누렁소나 암소가 들어오면 복이 들어온다'는 속담이 있다.

기축년 2009년에는 우직하고 묵묵하게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황소같이 밀어붙여 한국인의 근성을 보여주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 또한 황소같은 뚝심으로 어려운 경제를 힘차게 헤쳐나갔으면 한다.

김순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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