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극장 앞은 '지하도 위 횡단보도' 왜 안돼?"

입력 2008-12-29 09:20:10

▲ 지난 27일 경기도 안양시의 가장 번화가인 만안구 병목안길 CGV 네거리에서 시민들이 지하도 위에 있는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 서상현기자
▲ 지난 27일 경기도 안양시의 가장 번화가인 만안구 병목안길 CGV 네거리에서 시민들이 지하도 위에 있는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 서상현기자
▲ 29일 오전 대구 중구 한일극장 앞 도로에는 차량만 쌩쌩 달리고 있다.
▲ 29일 오전 대구 중구 한일극장 앞 도로에는 차량만 쌩쌩 달리고 있다.

지난 27일 오후 4시쯤 경기도 안양에서 제일 번화한 거리인 만안구의 CGV 네거리. 네거리 모퉁이마다 지하도 진·출입구가 입을 벌리고 있지만 행인들은 횡단보도를 분주하게 오갔다.

몇몇 시민들에게 지하도 위의 횡단보도에 대해 묻자 "지하 상가에 볼일이 있거나 추위를 피하려는 사람들은 지하도를 이용하고, 바쁜 사람들은 횡단보도를 건너는 게 당연한 일 아니냐"며 기자의 질문 자체를 이상하게 여기는 분위기였다.

안양시는 2006년 12월 공공디자인 시범도시로 선정된 뒤 문화체육관광부와 공동으로 2011년까지 '만안구 공공디자인 시범도시' 조성사업을 시작했다. 안양시 측은 "안양 도심에 있는 병목안길, 중앙로, 벽산로를 사람 중심의 도시로 만들기 위해 보행권을 우선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하상권이 위축된다며 한일극장 앞 횡단보도 설치가 지연되는 대구와는 크게 다른 모습이었다.

같은날 오후 8시쯤 서울 마포구 서교동 홍대입구역 인근. 이곳도 지하철 지하도 위로 횡단보도가 사각형으로 그려져 있어 학생들과 시민들의 발길이 분주했다. 서지연(27·여)씨는 "서울의 대표적 명소인 인사동, 신사동, 홍대앞, 신촌 등은 사람들이 항상 붐비기 때문에 걷기 편해야 한다"며 "지하도가 있기 때문에 횡단보도를 없애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얘기로 들린다. 서울시가 앞으로 횡단보도를 더 설치한다고 해 반갑다"고 말했다.

대구를 대표하는 도심 상권인 동성로 한일극장 앞 횡단보도 설치를 둘러싼 논란은 올 한해 대구의 뜨거운 감자였다. 대구시, 중구청 등은 대우빌딩 앞~중앙치안센터 일대에 동성로 공공디자인개선사업 공사를 시작했지만, 국채보상로로 끊어진 한일극장 앞 도로에 횡단보도 설치 여부를 놓고 여전히 고심 중이다. 지하상가 상인들이 상권 추락을 우려해 '횡단보도 절대 불가'를 외치고 있는 반면 15개 시민단체가 연대한 'I ♡ 한일극장 앞 횡단보도(연대)'측은 '보행권을 돌려달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최근엔 지하상가 활성화를 위한 대책을 마련해주면서 횡단보도를 설치하는 타협안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대구는 한일극장앞 횡단보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해를 넘기게 됐지만, 서울시의 교통정책은 올들어 보행자 중심으로 급격하게 선회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6월부터 서울 도심 111곳에 대해 횡단보도를 설치하거나 설치가 불합리한 횡단보도는 정비하는 내용을 담은 '횡단보도 확충 및 정비계획'을 확정해 추진중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하보도나 육교 등을 이용하는 번거로움을 줄이기 위해 서울 도심부, 동북, 서북, 동남, 서남 등 5개권역으로 분류해 횡단보도 설치 우선정비대상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서상현기자 ss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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