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분째 아이와 씨름을 하고 있다. 어르고 달래도, 근엄한 목소리로 야단을 쳐도 도통 입을 벌리려 하지 않는다. 흔들흔들하는 앞니를 뽑기만 하면 되는데 손으로 입을 꼭 막고 발버둥치면서 계속 거부하고 있다. 숨을 쉬려고 입을 벌리는 순간, 이때다 하고 잽싸게 젖니를 잡으려 하니 젖니가 없다. 허탈하게도 그냥 뽑혀 입안에서 맴돌고 있다. 순간 황당했지만 저절로 빠진 젖니를 자연스럽게 입안에서 꺼내 주었다. 치료비를 받아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는데 아빠가 너무 소란스럽게 해 미안하다며 치료비를 내고 간다. 누구나 한 번쯤은 어릴 적에 앞니를 빼 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가장 흔히 사용하는 방법은 실로 치아를 묶어 이마를 순간적으로 쳐서 뽑거나 문에 실을 묶어 문을 여는 방법 등을 사용한다.
곳곳에 치과가 있지만 이러한 어린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며 혹은 아이가 너무 치과에 가기 싫어해서 집에서 뽑으려다 결국은 실패해 울면서 '엄마 미워'하면서 치과에 오는 경우도 종종 있다. 대부분은 치과 진료에 두려움을 느끼는 것 같다. 몇 년 전에는 사랑니가 아파서 온 여대생이 검사하고 접수처에서 '사랑니 뽑을 약속 잡아줄게요'라는 말만 듣고도 실신한 적도 있었고, 얼마나 두려웠으면 진료 중에 실신하여 교과서에서 배운대로 바로 눕히고 조이는 블라우스의 목단추를 푸는데 갑자기 정신이 들어 눈을 동그랗게 뜨는 바람에 옆에 다른 사람들이 없었다면 황당한 장면이 연출될 뻔 한 적도 있었다.
우리나라 사람만 치과에 가기 싫어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최근 조사에 의하면 영국에서는 93%의 국민들이 치과방문에 두려움을 느낀다고 하니 치과에 가기 싫어하는 것은 나라마다 비슷한 것 같다. 대부분 환자들이 치과 진료를 기피하는 이유가 값 비싼 비용이나 건강보험 항목 부족 등이라 생각해 왔는데 이보다는 치과공포증 때문에 치과 진료를 기피하는 것으로 조사되어 흥미롭다. 치과의사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치과가 공포를 유발할 정도의 공간이 아님에도 사람들이 진료에는 공포심을 느낀다니 의외였다. 그리고 이번 조사에서 여성보다 남성이 치과에 가는 것을 더 무서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실제로도 진료해보면 여자보다 남자들이 치과 진료를 잘 받지 못하고 약속을 잘 지키지 않는다. 흔히 남자들이 여자보다 바빠서라고 이해했는데 두려움 때문일 것이라는 조사 결과를 보니 강인함에 숨겨진 여린 마음들을 잘 보듬어 치료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 새해에는 좀 더 부드럽고 편안하게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해 치과공포증이 치과호감증으로 바뀌길 기원해 본다.
장성용 민들레치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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