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낙동강 오염사고, 한심한 대응이 더 문제

입력 2008-12-27 06:00:00

낙동강에서 또 기름 유출 사고가 났다. 지난 22일 고령군 낙동강변 모래 채취 준설선에서 엔진오일이 유출돼 일대가 수질오염 공포에 휩싸였다고 한다. 공무원과 자원봉사자 1천여 명이 동원돼 기름띠 확산을 막고 유출된 기름 제거 작업을 벌였다고 하나 수질오염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신속하고 완벽한 기름 제거 작업이 무엇보다 우선이다. 그리고 철저한 원인 규명과 엄중한 책임 추궁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낙동강은 영남인의 생명줄이다. 사고 발생 지점이 대구의 상수원인 강정취수장보다는 하류에 위치해 있다지만 하류에 경남 칠서취수장이 있다. 더구나 지금은 流量(유량)이 적은 갈수기여서 기름오염의 영향은 더욱 심각할 것이다. 유출된 기름도 점성이 높은 엔진오일이어서 완벽한 기름 제거 작업이 쉽지 않은 것도 우려를 키우고 있다. 환경 전문가들은 기름 유출이 수질뿐 아니라 물길 지표층과 생태계까지 오염시킬 위험성이 높다고 한다.

지난 1991년 구미 두산전자의 페놀 유출 사고 이후 올 3월엔 김천 코오롱 유화의 화재 사고로 페놀이 유출되는 등 수질오염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는 낙동강이다. 그러나 낙동강 유역 지방자치단체의 환경의식은 이런 오염 사고에 무신경하다는 인상까지 보여주고 있어 문제다.

고령군은 기름 유출 사고 발생 시간과 유출량을 추측만 할 뿐 정확히는 모르고 있다. 준설선 업체 측 신고로 사고를 알았다는 것이다. 피해 범위도 사고 지점에서 17㎞ 떨어진 고령 우곡교에서도 기름띠가 발견돼 오일펜스를 설치했으나 어디까지 오염됐는지 실태조차도 분명히 알지 못하고 있다. 기름 유출량도 업체 측 주장만 믿고 100ℓ라고 추정하는 모양이다. 그러나 사고 배에는 폐엔진 오일을 보관 중이었다는 말도 있고 사고 배의 연료인 경유가 유출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형편이고 보면 당국의 환경오염 사고 대응 방식은 기본부터 안 돼 있다.

1년 전 서해안 태안에서 최악의 해상오염 사고 이후 국민들의 기름 유출과 환경오염 사고에 대한 의식은 한껏 예민해져 있다. 지방자치단체와 공직자들은 일반 국민들의 환경 의식을 앞서 이끌어야 한다. 그런데도 이번 기름 유출 사고에 대한 당국의 대응은 이런 국민들의 환경 의식 수준에 못 미치는 한심한 수준임을 보여준 것이다. 철저한 사고 수습과 함께 낙동강 일대에 대한 평상시 예찰 활동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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