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병선 보수정비단장 "문화재 사랑토록 일반에 공개"

입력 2008-12-27 06:00:00

"문화재에 대한 국민의 의식이 많이 바뀌었으면 좋겠습니다."

경주석탑보수정비단장을 맡고 있는 배병선(48·사진) 국립문화재연구소 건축문화재연구실장은 다보탑 보수정비 현장을 일반에게 공개하게 된 취지를 이렇게 밝혔다. 지난 24일 경주 불국사 내 수리 현장에서 만난 배 단장은 통일신라의 석탑 문화의 우수성을 예찬하며 수리과정 전반에 대해 설명했다. 다음은 배단장의 설명을 간추린 것이다.

◆다보탑 보수정비 목표=사업단은 이번 다보탑 수리를 위해 3가지 목표를 설정했다. 먼저, '다보탑에 사용된 부재를 최대한 살리자'는 것이다. 둘째는 경비를 최소화하고 단기간에 정비를 마친다. 현장에 설치한 비계 또한 감은사지삼층석탑 보수 현장에서 사용됐던 것을 그대로 옮겨와 설치했다. 셋째, 연간 200만명의 관광객이 찾는 불국사인 만큼 대표적인 건축물을 가리지 않는다. 그래서 다보탑수리 현장을 일반 공개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관광객들은 사업이 끝나는 내년 연말까지 비계 2층에 올라가 다보탑을 좀더 가까이 지켜볼 수 있다.

◆일반공개의 의미=문화재 수리 현장을 일반에게 공개한다는 것은 쉬운 결정이 아니다. 그러나 국제 기준에 맞게 작업을 한다면 공개 못 할 것도 없다는 생각에 공개를 하는 것으로 결론났다. 이번 작업이 1925년 일제에 의한 보수 이후 80년 만의 대대적인 수술 작업이라고 하니 다보탑 수리 관람은 일생일대의 기회이기도 하다. 배 단장은 "일본 관광객에게 물어 보니 '문화재 수리 과정은 한 번도 직접 본 적이 없다'며 대단히 기분 좋아하더라"고 관람객 반응을 전했다.

◆다보탑 해체수리=이번 다보탑 수리 과정에선 ▷2층 옥개석(屋蓋石) 이음부 누수 처리 ▷2층 난간 부재 처리 ▷상륜부 처리 등이 진행된다. 다보탑 2층 하부에 있는 사각 난간부에는 배수시설이 있지만 풍화와 자연적인 현상으로 이음부 쪽으로 물이 스며들어 1층으로 떨어지고 있다. 그로 인해 부재가 쪼개지거나 색이 시커멓게 변하고 이끼가 살고 있다. 2층 중앙부의 팔각 난간부는 비에 노출되고 풍화가 많이 돼 강도가 많이 약해져 있다. 상륜부 부재 가운데 일부 금이 가고 풍화가 된 것들도 수리한다. 상층부 부분을 해체해 진행하는 대수리 작업이다.

다음에는 해체한 부재의 표면오염물을 제거할 계획. 벗겨지거나 갈라진 부분은 접착하고 이끼류는 세척해 단장한다. 이끼는 너무 완벽하게 제거하면 암석의 백화(白化) 현상을 부추겨 오히려 미관에 좋지 않다. 그래서 검은 부분이 회색이 될 정도까지만 세척한다. 고분자 합성수지로 각 부재의 접착강도를 향상시킨 후에 표면에 무기 모르타르 처리를 할 예정. 보수가 된 부재를 다시 합체하면 다보탑 수리는 끝난다. 내년 12월 완료할 예정. 다보탑 해체수리에는 5억1천만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일제강점기 때 첫 시도=다보탑은 1925년 일제강점기에 전면 해체가 실시된 적이 있다. 1973년 불국사 복원공사 때에는 상륜부 및 난간부위가 부분 교체됐다. 그러나 그 기록이 거의 없다. 1925년 해체수리에 관해서는 사진과 함께 도면 1장만 남았다. 이번 해체수리 과정은 1년이지만, 사업 자체는 2006년 4월 불국사 경내에 자동기상 관측기를 운영하면서부터 이미 시작됐다. 같은 해 5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는 다보탑과 삼층석탑(석가탑) 3D스캔 작업을 벌였고 올 10~11월엔 풍화현황을 조사했다.

조문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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