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여의도 대기령에 지역의원들 '발 동동'

입력 2008-12-26 10:00:42

한나라당이 쟁점법안의 처리를 위해 연말까지 휴일 없는 비상대기령을 내림에 따라 지역 의원들의 발이 꽁꽁 묶였다.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는 "26일부터 모든 의원들은 국회에 대기하고 주말에도 가급적 약속을 잡지 말아달라"고 당부하면서 비상대기령을 내렸다. 언제든지 상임위와 본회의를 열어 법안을 처리할 수 있도록 국회 주변을 벗어나지 말 것도 요청했다.

한나라당은 연말까지 중점법안들을 처리한다는 방침이지만 야당 측의 극력 저지로 연말에도 본회의를 열지 못한다면 대기령은 신년 초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연말연시 지역구 행사일정이 잡혀있는 지역의원들은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대기령을 무시하고 지역구에 내려갔다가 갑자기 회의가 열려 참석하지 못할 경우 괘씸죄에 걸릴 수도 있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지역 의원들은 서둘러 지역구 일정을 취소하거나 신년모임으로 대체하고 있다.

한나라당 대구시당 위원장인 서상기(대구 북을) 의원도 26일 대구에서 열 예정이던 대구시당 홍보위원 임명장 수여식을 겸한 시당 송년회에 참석하지 못했다. 시당 위원장으로서 반드시 참석해야 하는 자리였지만 국회 상황 때문에 그러지 못했다. 서 의원은 "내려가지 못할 가능성에 대비해서 당원들에게 미리 양해를 구했지만 상황을 봐가면서 저녁에라도 짬을 내서 다녀올 생각"이라고 말했다.

특히 초선의원들의 마음은 좌불안석이다. 한 번이라도 더 지역구 일정을 챙겨야 할 처지이지만 초선이 비상대기령을 무시할 수 없어 마음만 답답하다. 이한성(문경·예천) 의원은 지난 주말의 문중모임을 갑자기 취소하고 내년 1월로 연기했다. 이 의원은 "국회에서 대기하고 있으면서 전화로 연말 인사를 대신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성윤환(상주) 의원도 지난 총선에서 도움을 준 인사들과의 모임이 계획돼 있지만 참석 여부를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27일은 비상대기령을 따른다는 계획이지만 휴일인 28일은 융통성 있게 일정을 잡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하고 있다. 그는 "설마 일요일에 의원들을 비상호출 하겠느냐"고 말했다.

정해걸(군위·의성·청송) 의원은 지역 주민들이 국회상황을 잘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한나라당이 처리하려고 하는 법안들은 경제 관련 법안이 대부분이고 내년도 경제상황을 고려, 지역 주민들도 빨리 처리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더라"고 전했다. 정 의원은 연말까지는 법안 처리에 최대한 동참한 뒤 내년 1월 신년교례회를 시작으로 지역구 활동에 집중할 것이라고 했다.

이철우(김천) 의원도 "지역주민들이 국회 사정을 모두 알고 있더라"며 "연말에 내려가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이창환기자 lc156@nsb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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