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도 다문화 시대] (하)다문화시대
경북대 경제학과 석사과정에 있는 짜이야 레이(27·중국)씨. 그는 대화를 나누고 수업을 듣는 데 불편함이 없을 정도로 유창하게 한국어를 구사했다. 벌써 대구에서 산 지가 2년 5개월째다. 레이씨는 "한국 학생들과 MT를 가거나 회식자리에서도 잘 어울려 지낸다"며 "한국은 중국과 문화적 풍토가 비슷하고 비행기로 두 시간 거리로 가까운 점이 마음에 들었다"고 했다. 그가 한국행을 택한 이유는 중국에서 좀 더 나은 일자리를 얻기 위해서다. 레이씨는 "석사 과정을 마치고 나면 환경·에너지 분야의 기업에서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왜 이렇게 많이 몰려오나=영남대는 내년 신입생 중 76명이 외국인 특례입학으로 채워질 전망이다. 국제통상학부 11명, 언론정보학부 10명, 경영학부 9명 등이 정원 외로 입학한다. 이들 대부분은 중국인이다. 영남대는 1천7명의 외국인 학생 중 889명(88%)이 중국인일 정도로 중국인 비중이 압도적이다.
영남대가 외국인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은 지역의 대학 중 가장 많은 외국인 교수(52명)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남대 배철호 기획실장은 "글로벌 교육이 대학가의 화두가 되면서 좀 더 원활한 수업을 위해 외국인 교수 확충에 힘쓰고 있다"며 "교육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잘 갖춰진 대구경북 대학들의 특정 학과에 중국을 비롯한 외국인 학생들이 몰려드는 것은 이제 더 이상 이색적인 풍경이 아니다"고 했다.
경북대는 내년 신문방송학과에 11명의 중국인 특례입학생이 입학한다. 신문방송학과 이강형 교수는 "현재 중국은 우리나라의 80년대 상황과 비슷하게 신방과·경영학과 등이 '돈 되는 학과'로 알려지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고 했다.
젊은 중국인들이 이처럼 앞다퉈 해외 유학길에 나서는 이유는 중국 내에서는 대학 진학이 매우 어렵다는 점과, 사회주의 체제인 중국에서는 국가가 인력을 관리하는 차원에서 '해귀파(海歸派·유학파)'를 우대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여기에다 눈부신 경제성장에 힘입어 경제적 여력이 있는 중국 부유층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하나의 요인이다.
중국정치사를 전공한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이정태 교수는 "중국은 농촌 호구(戶口:호적)와 도시 호구가 구별돼 있는 신분제 사회로, 해외유학을 다녀오면 호구제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신분 상승을 하기가 수월하다"며 "최근 한국에 많은 중국 학생들이 몰리는 듯 보이지만 실상은 미국, 일본, 유럽 등 국가를 막론하고 전 세계에 중국인 유학생들이 넘쳐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재 대구권 대학에서 중국 외의 타 국가 학생들을 만나기란 그리 쉽지 않다. 중국에만 편중돼 있어 그간 대학들이 외쳐온 '글로벌화'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 대구대학교 국제교류처 강선구씨는 "이미 지난해부터 중국 학생 유치는 한계점에 도달했다고 보고 베트남과 동유럽 국가들로 눈을 돌리고 있지만 이들 나라는 경제적 형편이 좋지 않은데다 불법 취업과 학교 이탈 등의 문제가 있어 학생 유치가 쉽지 않다"고 어려움을 털어놨다.
◆글로벌 캠퍼스의 그늘=외국인 학생들이 늘어나면서 교수들은 수업에 들이는 공(功)이 배로 늘어났다. 경북대 한 교수는 "수업을 듣는 학생 5명 중 1명은 외국인이다 보니 아무래도 좀 더 쉽게 풀어 설명하려 노력할 수밖에 없다"며 "특히 외국인 학생들은 한국어 표현 능력이 떨어지다 보니 시험이나 과제물 등의 평가에서 2, 3번 더 꼼꼼하게 봐야 한다"고 했다.
학부생들은 어느 정도의 한국어 능력이 있어야 입학이 가능하지만, 대학원의 경우에는 한국말을 전혀 하지 못하는 외국인들도 섞여 있다. 경북대 한 대학원생은 "외국인 학생 때문에 아예 영어로 전체 수업을 진행했는데 모두 이해도가 떨어져 애를 먹었다"고 푸념했다.
외국인 유학생들의 불법 취업 문제는 글로벌 캠퍼스의 또 다른 그늘이다. 지난 16일에는 자격도 없이 영어회화 강사로 일을 하던 대구의 모 4년제 대학에 재학 중인 우즈베키스탄인 4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자신들을 캐나다인이라고 속이고 영어학원 강사로 일하다 적발됐다. 지난해에는 외국인 근로자를 유학생 명목으로 모집해 등록금만 챙긴 뒤 불법취업을 알선해 준 전문대 교수 19명이 적발되기도 했다.
경북대학교 국제교류원 김병해 팀장은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은 학적관리를 허술하게 하기 때문"이라며 "일부 전문대학에서 모자란 정원을 채우기 위해 중국 현지 브로커까지 고용해 가며 학생들을 유치한다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했다. 김 팀장은 "경북대의 경우에는 어학원에 3일만 결석을 해도 1차 경고를 하고, 그래도 계속 결석이 이어진다면 곧장 출입국관리사무소로 통보하고 있다"며 "유학생들의 경우에도 일정 정도의 성적을 유지하지 못하면 비자 연장이 되지 않기 때문에 학생이탈 문제를 확실하게 방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임상준기자 zzu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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