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게임 '리니지' 현금거래 첫 '유죄' 선고 파장

입력 2008-12-25 09:37:33

▲ 온라인 게임 \
▲ 온라인 게임 \'리니지\'의 한 인터넷 중계 사이트. 수십개의 리니지 서버마다 게임머니인 아데나 시세표(100만 당 현금 시세)가 주식시세표처럼 표시돼 있다. 윤정현 인턴기자

24일 오후 8시쯤 온라인게임 '리니지'의 한 서버에는 2천500여명이 동시 접속해 게임을 즐기고 있었다. 리니지 마니아 김모(31)씨가 자신의 게임 캐릭터안 편지함을 열자 '순수 작업장 아데나, 1.0에 팝니다'는 문구와 인터넷 주소를 적은 메일들이 수북했다. '1.0'은 리니지내에서 쓰는 사이버 머니 100만 아데나 당 현금 1만원을 뜻한다. 그는 "리니지에선 현금으로 게임머니인 아데나를 구입하는 사용자들이 많다"며 "하지만 사이트 안에서 '아덴'이라고 직접 언급하면 게임 마스터의 제재를 받기 때문에 요즘엔 '오뎅'으로 바꿔 부르고 있다"고 했다.

◆현금 거래 사이트만 수십개=한 리니지 아이템 중계 사이트. 1천만 아데나당 현금 시세(서버에 따라 6만5천~8만5천원)가 주식시세표처럼 실시간으로 표시돼 있었다. 개인과 작업장 간, 개인 간 현금 거래도 활발했다. 이곳에선 아데나 뿐만 아니라 고가의 희귀 아이템 등도 거래되고 있다. 남들보다 캐릭터를 강하게 만들기 위해 고가의 아이템(1개에 수십만~2천만원)과 게임머니를 현금을 주고 사는 사용자들이 많다. 보통 1천만 아데나를 게임을 하면서 얻으려면 일반 사용자가 하루 8시간씩 한 달을 꼬박해야 한다.

국내 최대 온라인 게임 '리니지' 사용자들이 게임머니를 현금으로 사고 파는 행위에 대해 법원이 정식으로 제동을 걸고 나서 파장이 예상된다. 리니지의 게임머니 '아데나'를 현금으로 거래하다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지난 3월 부산지법에 약식기소된 30대 남성 A씨 등에게 각 500만원과 300만원의 벌금을 부과한 것에 대해 최근 부산고법이 또다시 유죄를 선고했기 때문이다.

A씨 등은 지난해 5월 중순부터 7월 초까지 게임아이템 중계사이트 게시판을 통해 리니지 게임머니를 시세보다 10% 싸게 매입한 뒤 비싸게 되파는 방법으로 2억3천400만원 상당을 거래, 2천만원의 차익을 챙긴 혐의다.

문화체육관광부 한 관계자는 "온라인 게임의 현금거래에 대한 법원의 첫 판례라는 점에서 이번 판결은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 판례가 쌓일수록 현금거래 규제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마련되고, 현금거래 중계사이트도 처벌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문화부는 현재 게임머니의 현금거래 규제 대상을 '고스톱, 포커 등 도박 게임', '불법 프로그램을 이용해 기업적으로 생산한 게임머니'로 제한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수천명이 이것으로 먹고 산다=대구 남구에서 리니지 작업장을 운영하는 이모(27)씨는 "리니지는 불법 프로그램을 쓰는 것도 아니고 사행성도 아니다. 한 주 단위로 게임에서 모은 아데나를 인터넷에서 판매하는게 과연 불법이냐"며 법원의 판결을 비판했다. 리니지 작업장은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해 게임머니를 모아 판매하는 신종 거래상이다. 업계에서는 수십개의 중계사이트는 물론이고 아이템과 게임머니 매매를 전문으로 하는 거래상, 아르바이트생의 숫자가 무려 1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법원 판결로 이들은 직업(?)을 잃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리니지 아이템 거래 사이트 한 관계자는 "일반 사용자가 게임내에서 아이템을 거래하는 것이 불법이 아니듯 필요한 사람끼리 게임 아이템을 직접 거래하거나, 알선하는 게 불법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게임업계에 따르면 게임 아이템 거래시장은 2006년에 1조1천억원, 2007년에는 1조5천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됐다.

임상준기자 zzuny@ms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