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토론과 표결로 국민의 의사를 표현하는 곳이다. 저마다 의견이 다를 수 있는 법안을 놓고 열띤 논쟁을 통해 문제점을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게 본업이다. 그런 토론을 거친 다음 다수의 의사가 어디 있는지를 표결로써 확인하는 것이다. 지금 국회에서 서로 엉겨붙어 있는 여야 의원 모두는 취임 선서에서 그 같은 의회민주주의 원칙 준수를 다짐했던 사람들이다.
그렇게 신성한 약속을 한 국회가 시정잡배가 노는 동네 뒷골목을 떠올리게 한다. 다수당 어깨에는 힘이 잔뜩 들어가 있고, 소수당은 죽기살기로 악다구니를 쓰는 형국이다. 서로 의견을 조율하려는 진지한 노력은 눈 씻고도 볼 수 없다. 벌써 일주일째 국회를 아수라장으로 만들고 있을 뿐이다.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는 "국회가 더 이상 한 정파의 폭력시위장이 되는 것을 방치할 수 없다"는 것이고, 민주당 원혜영 대표는 "한나라당이 전쟁을 선포했으니 장렬하게 전사하겠다"는 것이다. 양쪽 모두 누가 이기나 보자는 식의 오기로 꽉 차 있다.
대부분의 국민들은 여야가 맞붙은 쟁점 법안들이 어떤 장단점이 있고 나라를 이롭게 하는지 제대로 알지 못한다. 이럴 때 여야는 쟁점 법안에 대해 누가 더 국민의 동의를 받는 주장을 펴느냐는 경쟁을 하는 것이 제 할 일이다. 싸우더라도 상대를 설득하려는 논리의 대결에서 끝나야 하는 것이다. 문을 걸어 잠그고 단독으로 처리하거나 완력을 써서 법안 심의 자체를 가로막는 것은 선진국 같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짓거리다.
이를테면 한나라당이 기업 살리기로 보는 출자총액제한제 폐지도 민주당이 재벌 특혜라고 반대한다면 토론과 표결에서 그렇게 의사를 표시하면 되는 것이다. 그게 정상이다. 이 법안을 주도한 정치적 책임은 한나라당이 지면 그만이다. 의사당을 점거해 반대하는 것은 소수라는 현실적 이유를 합리화시켜 주지 못한다. 여야는 의회 정신에 충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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