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을 1주일 남겨둔 지금, 마지막 숨을 거두는 순간까지 생의 찬미를 멈추지 않았던 모리 슈워츠 교수를 생각한다. 루게릭병으로 하루하루 몸이 사위어져 가는데도 정신이 있는 한 세상과 주위 사람들에 대한 관심을 멈추지 않았다. 일을 보고 나면 자신의 엉덩이 닦는 일조차 다른 사람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었던 78세의 노인은 죽는 순간까지 마치 이 세상이 영원할 것처럼 살았다. '24시간만 건강해지면 무엇을 하겠느냐'는 말에 "아침에 일어나서 운동을 하고 친구들과 점심 식사를 함께하고 산책을 하고 그리고…" 그런 평범하고 소박한 꿈을 가졌던 사람이었다.
모리 교수의 이야기는 지금 이 순간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되새겨준다. 자신은 정말 운 좋은 사람이라며 살아 있음을 축복으로 여기고 세상을 떠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이 갖고 있는 모든 것-관심과 사랑-을 상대에게 주고 떠났다. 현재에 충실했던 그는 다른 사람에게 기억됨으로써 자신이 살아 있음을 느낀 것이다.
"…/ 모진 세월 가고/ 아아 편안하다. 늙어서 이리 편안한 것을/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지난 5월 82세를 일기로 타계한 박경리 선생의 유고시 '옛날의 그 집' 마지막 부분이다. 후회도 미련도 없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대가의 달관의 경지가 행간에 분명하다.
법정 스님은 아름다운 마무리를 '삶에 대한 감사'라고 했다. 지금의 나를 있게 해 준 과정을 긍정하고 나를 인정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는 '내려놓음' 또는 '비움'이 아니고서는 얻어질 수 없다. 과거와는 결별하고 미래는 열어 놓은 채 지금 바로 이 순간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름다운 마무리라는 것이다.
올 한 해, 돌이켜보면 우울한 기억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 8월 베이징 올림픽에서 우리 선수들은 수많은 드라마를 연출했다. 이승엽의 역전 홈런으로 일본을 침몰시키고 금메달을 딴 야구 경기만 해도 그렇다. 미국전에서 6대 7로 뒤진 9회 말, 수비수를 뒤흔드는 희생플라이로 8대 7 역전승을 일궈냈지 않았던가.
야구에만 역전이 있는 것은 아니다. 반드시 역전이 아니어도 좋다. 먼 뒷날엔 그때가 오히려 행복했다고 할 것이려니 지금에 최선을 다할 일이다. 그렇다. 세상은 2008년으로 끝나지 않는다. 태양은 내일도 뜬다.
이경우 논설위원 thel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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