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돌아 본 2008년 이웃사랑…성금 5억7천만원 답지

입력 2008-12-24 08:52:27

▲ 23일 매일신문사를 찾아온 도원영(25·4월 2일 소개)씨와 언니 귀연(27)씨가 함박웃음을 터뜨리고 있다.
▲ 23일 매일신문사를 찾아온 도원영(25·4월 2일 소개)씨와 언니 귀연(27)씨가 함박웃음을 터뜨리고 있다.
▲ 이영자(66·여·8월 6일 소개)씨는 지난 10월 16일 뇌심부자극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쳐 지금은 마비가 거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 이영자(66·여·8월 6일 소개)씨는 지난 10월 16일 뇌심부자극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쳐 지금은 마비가 거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 유영일(19·10월 8일 소개)군은
▲ 유영일(19·10월 8일 소개)군은 "'이웃사랑'을 통해 병원비는 물론 입학금까지 해결해 감사한 마음 뿐"이라고 했다.
▲ 느옌 띠 빗·원티띠 두 베트남 새댁은
▲ 느옌 띠 빗·원티띠 두 베트남 새댁은 "'이웃사랑'을 통해 알게 된 한국의 애정을 잊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로 5년째를 맞은 '이웃사랑'에 독자 여러분의 정성어린 후원은 멈출 줄 모릅니다. 금액보다 더 중요한 것은 마음. 후원해주신 분들을 일일이 찾아뵙고 감사의 말씀을 전하는 것이 도리지만, 지면으로 대신합니다. 여러분들 덕분에 올해는 5년 만에 '이웃사랑 감사의 밤'도 열 수 있었습니다. 그간 '이웃사랑' 지면을 따뜻하게 채워주신 분들을 지난 7월 초청, 감사의 마음을 전할 수 있었습니다.

올해도 '이웃사랑'은 51명의 이웃을 소개하고, 5억7천694만5천731원의 성금을 모아 전달했습니다. 제작진은 연말을 맞아 지난 1년간 소개된 51명의 이웃을 다시 만났습니다. 무기력한 삶에서 활기찬 삶으로, 절망에서 희망으로. '이웃사랑'을 거쳐간 이들의 삶은 변해 있었습니다. 벼랑 끝에 서있던 51명의 '이웃'들은 다시 희망과 용기를 준 독자분들께 지면을 빌려 고마움을 전하셨습니다.

◆"건강한 몸을 다시 주신 독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권성구(7·2월 20일 소개)군의 아버지 권용배(47)씨는 "이웃사랑에 소개된 이후 살 맛이 난다"고 했다. 아직 성구의 몸은 약간 구부정한 상태. 하지만 50일에 한 번씩 성구의 상태를 확인하고 검사받는 건 예전과 확연히 달라진 일상이다. '이웃사랑'에 소개된 후 성구는 서울의 한 유명 병원에서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고 있다. "앞으로는 대구에서 치료를 받을 수도 있어 좋다"는 아버지 권씨는 "멀리 김천에서 농사를 짓다 보니 일일이 찾아뵙지 못하지만 하루가 다르게 달라지는 성구를 볼 때마다 독자분들의 마음을 되새긴다"고 전했다.

도원영(25·여·4월 2일 소개)씨는 크리스마스를 앞둔 22일 언니 귀연(27)씨와 함께 직접 본사를 찾아왔다. 원영씨의 밝은 모습은 그대로였다. 하지만 걷는 속도는 확연히 달라져 있었다. "눅눅하고 습한 날씨에는 어김없이 갑갑해지고 심할 경우 피를 토하지만 요즘은 밖에도 자주 나가고 친구들이랑 어울릴 수 있는 시간이 더 늘었다"는 원영씨는 "병원에서도 피가 맑아지고 좋아졌다고 했다"고 말했다.

◆"꼭 사회의 큰 버팀목이 되겠습니다."

지난 4월 30일 골수이식을 마친 최호준(19·3월 19일 소개)군은 완연히 달라진 자신의 모습에 놀란다. 5월 말 이식거부 반응 때문에 퇴원 후 고통스런 나날을 겪기도 했지만 이제는 친구들을 만나 놀러 다닐 정도로 좋아졌다. '이웃사랑'의 성금으로 수술을 무사히 마친 데 대한 감사를 어머니 최창숙(46)씨와 여러 차례 얘기했다고 했다. 최군은 "머리카락이 조금씩 올라오고 있어서 곧 모자를 쓰고 다니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유영일(19·10월 8일 소개)군은 몇 달 뒤 대학생이 된다. 대신대 신학과 수시모집에 합격했기 때문이다. 소개된 지 열흘 만에 간의 절반 이상을 잘라내는 대수술을 거친 유군. 지금은 외출을 가끔 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이 회복됐다. 유군은 "'이웃사랑'을 통해 병원비는 물론 입학금까지 해결해 감사한 마음뿐"이라며 "웃음을 주는 목회자가 되고 싶다. 이제 간증할 준비만 하고 있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조각난 코리안 드림, 기적같은 '이웃사랑'

2008년 '이웃사랑'은 한국으로 시집와 시댁에서 내쫓긴 베트남 며느리 2명을 소개했었다. 이들은 모두 갓난 아기를 안고 있었고, 아기들의 건강상태도 온전치 못했다. 최근 다시 만난 아기들은 모두 건강했다. 두 베트남 새댁은 아기들의 쾌유에 한 번 놀라고 한국인들의 온정에 두 번 놀랐다고 입을 모았다.

느옌 띠 빗(23·여·4월 30일 소개)씨의 아들 현수(당시 생후 2개월)군은 건강한 모습이었다. 황달이 끼었던 눈은 하얗게 바뀌어 있었다. 엄마에게 안겨 장난치는 것도 여느 아이들과 다르지 않았다. 원티띠(25·여·11월 26일 소개)씨의 딸(생후 2주)은 지난 20일 파티마병원에서 퇴원, 현재 외국인쉼터에서 원티띠씨와 함께 머물고 있다. 원티띠씨는 "안정을 취하니까 훨씬 낫다"며 "아기도 살려주고 저도 살려준 '이웃사랑'에 감사한다"고 거듭 전했다. 원티띠씨는 아이의 이름을 '송화'라고 지었다.

성탄절을 앞두고 마주한 두 베트남 며느리는 "'이웃사랑' 깜은('고맙다'를 뜻하는 '感恩'의 베트남식 발음), '매일신문' 깜은"을 독자분들께 전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지난 1년 동안 '이웃사랑'을 통해 받은 희망을 끝내 펼치지 못하고 안타깝게 숨을 거두신 분은 3명입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특히 다리가 불편한 홀어머니 정정순(54)씨를 모시고 살겠다며 굳은 의지를 보였던 故 김경민(3월 5일 소개)씨는 지난달 5일 세상을 떠났다. 공무원 시험에 합격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발병 사실을 알게 된 김씨는 '이웃사랑'에 소개된 후 골수이식 수술도 받고, 수차례 항암 치료를 견뎌냈지만 결국 그렇게 떠났다. 이런 와중에도 어머니 정씨는 "기대에 보답하지 못해 죄송하다"는 말을 남겼다.

故 모영임(8월 13일 소개)씨도 8월 말 숨졌다. 유방암 말기로 투병하던 모씨는 숨지기 직전 전 남편과 함께 자신의 아들을 초등학교 때부터 돌봐준 안심종합사회복지관을 찾아 "아들을 돌봐줘서 고맙다. 고교생이 될 때까지만 살아달라는 아들과의 약속을 지켰다"는 말을 남기고 돌아섰다. 모씨의 마지막 외출이었다.

'울프-허쉬호른 증후군'이라는 희귀병을 안고 태어난 생후 2개월의 전혜림(6월 11일 소개)양도 병을 이기지 못하고 6월 말 '하늘나라'로 떠났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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