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시린 '신년 휴무 10일'…조업단축·가동중단 확산

입력 2008-12-23 10:12:46

▲ GM대우 자동차 부품회사인 대구 달성군 한국델파이가 휴업에 들어갔다. 23일 오전 회사 경비원이 정문을 통제하기 위해 바리케이드를 치고 있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 GM대우 자동차 부품회사인 대구 달성군 한국델파이가 휴업에 들어갔다. 23일 오전 회사 경비원이 정문을 통제하기 위해 바리케이드를 치고 있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GM대우의 최대 자동차 부품회사인 한국델파이가 조업을 중단했다. 23일부터 내년 1월 4일까지 휴업하기로 한 것. 2천200여명의 노동자들이 출근하면서 시끌벅적하던 달성공단 내 한국델파이 공장 앞은 휴업 첫날 아침 쥐죽은 듯 고요했다.

한국델파이의 휴업 조치는 22일부터 GM대우가 부평 창원 군산 등 전 공장의 가동을 중단함에 따라 내려진 조치다. 한국델파이의 200여개 협력업체들도 부득이 공장 가동을 멈추게 돼 줄잡아 2만명 이상의 노동자들이 원치않는 휴가를 하게 됐다.

비단 GM대우의 협력업체뿐만 아니라 쌍용차를 위시해 현대, 기아차 협력업체들도 완성차 업체의 발주 물량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이들 기업들이 주로 입주해 있는 대구 성서공단과 달성공단은 한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자동차 부품업체들은 통상 연말연초 1, 2일 정도 휴무를 해 오던 것과는 달리 올해는 대부분 24일을 전후해 열흘 이상의 장기 휴업을 계획중이다. 이미 휴업을 하고 있는 업체도 있다. 재고를 줄이고 휴가를 통해 직원들의 인건비를 낮추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일부 업체들은 이미 이달 초부터 노동부의 고용유지지원금을 활용해 휴업이나 훈련을 하고 있다.

달성공단의 자동차부품 2차 협력업체 관계자는 "완성차의 1차협력업체가 공장 가동을 중단해 우리도 부득이 보름 정도의 휴업을 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경기불황을 모른다던 전자관련 업체들도 대기업들의 감산에 따라 25일부터 내년 1월 4일까지 공장 문을 닫을 계획이다. LG디스플레이에 납품하는 성서공단의 희성전자도 지난달부터 LG가 감산에 들어가자 가동률이 계속 떨어져 이 기간 휴무를 하기로 했다.

또 다른 전자부품과 기계금속 업체들도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경기불황의 여파로 성탄절부터 내년 초까지 10일 이상의 휴가를 계획중이다.

장기 휴업 파장은 국내 대표적인 수출산업단지인 구미국가공단에도 밀어닥쳤다. 대표적인 전자부품생산업체인 A사는 지난 주말부터 20일간 일정으로 휴업에 돌입하고도 대외적으론 휴업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다. 소문이 나 봐야 기업에게 득 될 게 전혀 없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월 200억원 정도의 매출을 올리는 생산시설은 가동을 멈췄고 1천여명에 달하는 노동자들은 앞으로 어찌될지 모르는 불안감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이런 현상은 24일부터 더 심해진다. 삼성전자, LG 등 구미 소재 대기업들이 24일부터 내년 1월 4일까지 일시 휴무에 들어간다. 과거 어느 때보다 썰렁한 성탄절·연말연시 분위기가 공단을 엄습한 가운데 붐벼야 할 도로마저 한적한 모습이다.

대기업의 잇단 휴무 계획으로 상당수 중소 협력업체들은 이미 이달 초부터 납품량을 줄였고 조만간 감축을 해야 하는 분위기이다.

구미·이창희기자 lch888@msnet.co.kr 김진만기자 fact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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