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기업 선진화가 신규채용을 막는다면

입력 2008-12-22 10:51:22

정부가 앞으로 3, 4년간 한국전력과 한국철도공사 등 69개 공공기관의 정원을 1만9천 명 줄이는 등의 제4차 공공기관 선진화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일자리를 줄이고 자산을 매각해 공기업 효율화를 이끌겠다는 것이 이번 4차 선진화 계획의 핵심이다.

그동안 공기업이라면 늘 방만 경영의 대표적 사례로 손꼽혀 왔기에 불필요한 인력을 줄이고 자산 매각을 통해 재무 건전성을 높인다는 이번 안에 공감한다. 철도공사는 정원이 15.9%까지 줄어들고 한국전력은 11.1%, 관광공사도 28.9% 정원이 줄어든다.

하지만 공기업 인력 감축이 경기 침체기 정부의 최대 과제 중 하나가 된 신규 일자리 창출에 역행하는 조치가 되어서는 안 된다. 정부의 이번 정원 감축 계획은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요구하기보다는 자연감소와 희망퇴직 등의 방안을 선택해 무늬만 구조조정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공기업이 정원 감축 총량에만 매달릴 경우 신규 채용 취소 또는 감소가 불을 보듯 뻔하다.

이번 안이 신규 채용 감소로 이어지는 것은 효율적이지 않다. 정부는 논란을 의식해 공기업 정원 감축을 통해 내년에 인턴 1만 명을 채용하겠다는 계획을 내놨지만 이는 근본적 처방이 될 수 없다. 정규직을 줄여 비정규직을 늘리겠다는 발상은 장기적으로 고용의 질을 떨어뜨리고 고용불안을 조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득권층의 기득권 보호를 전제로 한 선진화 방안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공기업 경영 효율화는 기득권층이 기득권을 포기하는 선에서 이뤄내야 한다. 임금 대비 생산성이 떨어지는 부분을 손보아 그에 따른 충당은 젊은 층의 몫으로 돌려야 한다. 그래야 정부가 기대하는 경영 효율화를 이룰 수 있고 공기업의 미래도 지속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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