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사기꾼 조희팔 잡아주세요"…대구지검 앞 시위

입력 2008-12-20 06:00:00

4조원대 다단계 사기 피해자들 수사 촉구 시위

▲ 19일 대구시 수성구 대구지방검찰청 앞 인도에서 불법 다단계 금융사기 피해자들이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는 시위를 갖고 있다. 윤정현 인턴기자
▲ 19일 대구시 수성구 대구지방검찰청 앞 인도에서 불법 다단계 금융사기 피해자들이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는 시위를 갖고 있다. 윤정현 인턴기자

"사기꾼 조희팔 일당을 꼭 붙잡아 주세요."

19일 오후 1시 대구지방검찰청 앞 인도. 모자와 마스크를 깊게 눌러 쓰고 얼굴을 가린 50여명의 아줌마들이 모였다. 일부는 인도 앞 펜스를 따라 길게 늘어선 채로 '경찰의 엄정한 수사 촉구' '사기꾼 조희팔은 자수하라' 등이 적힌 플래카드와 피켓을 들고 있었다. 이들은 최근 대구 등지에서 터진 4조원대 불법 다단계 금융사기 피해자들. "제발 경찰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조희팔과 그 일당들을 잡아달라"고 소리쳤다.

결혼비용을 모조리 날렸다는 이모(31)씨는 "곳곳에서 대출을 받아 조희팔에게 투자했는데, 이제는 신용불량자까지 됐다"고 울먹였다. 한 40대 주부는 "가족 몰래 투자했는데 남편이 알면 꼼짝없이 이혼당한다. 이웃 돈까지 끌어 투자했는데 벌써 원수가 됐다"며 땅을 쳤다.

멀리서 온 이들도 눈에 띄었다. 경남 창원에서 왔다는 심모(51)씨는 "신용카드 대출과 담보, 이웃에게 빌린 돈까지 합하면 날린 돈이 3억원"이라며 "대구에서 수사 촉구 시위를 한다는 말을 듣고 왔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의 주범인 사기 금융회사 대표 조희팔씨가 최근 중국으로 밀항한 일과 관련해서는 울분을 참지 못하는 이들이 많았다. 곽모(60·동구 신천동)씨는 "조희팔이 어떻게 멀쩡히 중국으로 도망칠 수 있느냐"고 화를 냈다. 박모(45·여)씨도 "태안에서는 이미 지난 7월에 조희팔 일당이 일을 벌여 수배전단지가 수천장이나 뿌려져 있는 상태다. 그런 조희팔이 태안을 통해 밀항했다는 말에 어처구니가 없다"고 말했다.

경찰은 지난 15일 충남 태안에서 검거한 밀입국 사범들로부터 "최근 공해상에서 '조 사장'이라는 사람을 중국 선박에 넘겨줬다"는 진술을 확보, 국제형사경찰기구 등을 통해 소재 파악에 나선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각 센터장에 대해서도 경찰의 수사를 촉구했다. 센터장들이 사전에 조희팔 일당의 사기행각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이를 방관했다고 주장했다. 주부 이모(42)씨는 "몇몇 센터장들을 지난달 고발했는데도 경찰이 수사에 나서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센터장들은 "우리도 조희팔에게 사기를 당한 똑같은 피해자"라며 억울해했다.

경찰은 "조희팔의 도주를 도운 도피·밀항 조직에 대한 수사를 통해 도주 경로를 파악하고 있다"며 "센터장들에 대해서도 관련 혐의가 있는지에 대해서 수사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임상준기자 zzu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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