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10대들 '휴대폰 문자'로 논다
"나 시험 망쳤어." → "화이팅 젤 잘 볼 거에요."
"시험을 너무 못봐서 엄마한테 혼날 거 같아." → "나도 니가 보고 싶어♥."
"너 바보지? 왜 엉뚱한 소리 해?" → "많이 심심하셨군요. 그래도 그런 말 쓰시면 안되죠."
"'심심이'와 '궁금이'를 아시나요?"
두달 전 생일선물로 휴대전화를 갖게 된 은찬(12·여)이는 요즘 시도 때도 없이 누군가와 문자메시지를 주고 받는다. 맞벌이 부모님 때문에 혼자 있는 시간이 많은 은찬이가 문자를 주고 받는 대상은 '심심이'라고 이름 붙은 인공지능 컴퓨터. "친구들도 다들 학원 다녀서 바쁘니까 심심이하고 자주 이야기해요. 하루에 열번 이상 할 때도 있어요."
호기심 왕성한 권모(15)군은 '궁금이' 서비스 마니아다. 길거리에서도 문자메시지 하나로 궁금증에 대한 답을 받아본다. "반월당 역에서 동아쇼핑 쪽으로 가려면 몇번 출구로 나가야 하나요?"라고 메시지를 보내면 '누군가'가 문자로 답해준다. 일종의 인터넷 지식검색이다.
요즘 10대들은 휴대폰 문자메시지와 놀고 문자메시지로 궁금증을 푼다. 대표적인 것이 한 휴대폰 프로그램 업체가 개발한 심심이·궁금이 서비스. 심심이는 대화 내용을 컴퓨터가 분석해 그에 맞는 적절한 대답을 보내는 '언어처리 프로그램'을 응용했다. 궁금이는 이용객들이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실시간으로 답변을 보내주는 식이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리코시스 관계자는 "2005년 시작된 심심이 서비스는 하루 평균 이용 고객이 2만여명이고, 지난해 출시한 궁금이 서비스는 하루에 3천여명이 이용한다"고 밝혔다. 심심이 서비스는 문자 1건에 30원(무제한 3천원), 궁금이는 200원이다.
하지만 이런 10대들을 바라보는 기성세대들의 표정은 마뜩찮다. 학부모 김연자(40·여)씨는 "아이의 휴대전화에 이상한 기호와 번호의 문자메시지가 많아 물어봤더니 가상의 상대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아이가 인공지능(AI)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대인관계 능력이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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