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서문시장 4지구 침구류 상인 이능선(53)씨는 요즘 신바람이 난다. 매년 감소하던 매출이 올해는 지난해보다 10%나 올랐다. 혼수철 특수 덕분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대형소매점에 빼앗겼던 고객들이 다시 전통시장을 찾고 있기 때문이다. 이씨는 "전통시장도 이제는 난방시설과 고객 휴식공간을 갖춰 대형소매점과 비교해도 뒤떨어지지 않는다"면서 "예전엔 좀처럼 보기 힘들었던 30대 주부들이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전통시장에 다시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다. 서문시장, 칠성시장, 서남시장 등 대구의 대표적인 전통시장에 따르면 지난해보다 고객이 10~20% 증가했다. 경기침체로 지갑이 얇아지면서 알뜰 쇼핑을 하려는 소비자들이 다시 전통시장으로 유턴하고 있는 것. 전통시장이 쉼터와 난방, 아케이드 설치 등 고객편의시설을 갖추고 고객에 대한 서비스를 강화하면서 나타난 변화이기도 하다.
서문시장은 최근 교환·환불을 해주는 소비자고발센터와 놀이방, 수유실, 휴게실 등을 갖춘 고객지원센터를 열었다. 쇼핑한 물건을 보관할 수 있는 보관함도 설치해 고객들로부터 인기를 끌고 있다. 주부 김해숙(35·대구시 수성구 시지동)씨는 "예전엔 아이와 함께 시장을 찾으면 쉴 곳이 없어서 불편했는데 지금은 아이들 놀이방이 생겼기 때문에 앞으로 자주 찾을 생각"이라고 했다.
주차빌딩도 달라졌다. 지난달부터 주차 안내도우미가 주차장 출입을 친절하게 안내하고 첨단주차시스템 설치로 주차대기시간도 예전에 비해 크게 줄었다. 내년에는 7층과 옥상층 주차장의 벽면과 바닥을 새롭게 정비할 계획이다.
정진식 서문시장상가연합회 부회장은 "시장을 찾는 손님들 대부분은 시장의 변화된 모습에 놀란다"면서 "앞으로 고객을 더 유치하기 위해 상인들에게 서비스교육을 시킬 수 있는 상인교육장을 곧 설치할 계획"이라고 했다.
칠성시장은 곧 다가올 설 대목을 맞아 다양한 마케팅을 준비하고 있다. 다음달에 구매 고객을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냉장고와 TV 등을 선물할 계획이다.
대구의 소매시장으로 유명한 달서구 서남시장은 반경 1㎞ 내에 이마트, 홈플러스, 홈에버, 농협하나로클럽 등 대형소매점들이 즐비하지만 최근 매출이 20% 증가했다. 이 시장은 대형소매점들이 속속 들어서면서 매출에 타격을 입자 상인들이 힘을 모아 공동쿠폰과 자체 상품권을 발행하고 신용카드 단말기를 설치하는 등 고객서비스를 강화한 결과다.
상인회 허동구 회장은 "30대 고객을 위해 아이들을 위한 사생대회도 매년 열고 있다"면서 "고객쉼터와 편의시설을 확충하는 한편 고객을 유인하기 위한 특별 마케팅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대구 근교 5일장에도 손님이 지난해보다 부쩍 늘었다. 경산 하양, 대구 반야월 등 5일장에는 장날마다 알뜰 구매를 하려는 손님들로 붐비고 있다. 하양장과 반야월장에서 장사하는 상인 김순분(56·여)씨는 "고객이 부쩍 늘어 장사할 기분이 난다"면서 "고객들의 얇은 지갑을 생각해서 마진이 적더라도 물건값을 올리지 않고 있다"고 했다.
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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