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달서구 다문화가족들의 '특별한 송년회'

입력 2008-12-19 09:22:42

▲ 연말을 맞아 결혼이주여성들을 위한 송년 가족잔치가 18일 오후 계명대 성서캠퍼스에서 열려 러시아와 동남아 등 세계 각지에서 한국으로 시집 온 이민여성들이 라틴댄스를 선보이고 있다. 윤정현 인턴기자
▲ 연말을 맞아 결혼이주여성들을 위한 송년 가족잔치가 18일 오후 계명대 성서캠퍼스에서 열려 러시아와 동남아 등 세계 각지에서 한국으로 시집 온 이민여성들이 라틴댄스를 선보이고 있다. 윤정현 인턴기자

18일 오후 2시 대구 달서구 계명대 바우어관 3층 멀티미디어실. 피부색이 다른 200여명의 결혼이주여성들이 자리를 가득 메운 채 흥겨운 공연을 지켜보느라 엉덩이를 들썩였다. 결혼이주여성들이 무대 위에 모습을 보일 때마다 곳곳에서 '내 친구, 친구'라는 말이 튀어나왔다. 결혼이주여성들과 함께 온 가족들도 공연 리듬에 '짝짝'하며 손뼉 장단을 맞췄다.

이날 달서구 다문화가족지원센터가 마련한 특별한 송년회가 펼쳐졌다. 몇 달 전부터 결혼이주여성들이 시간을 쪼개어 연습한 라틴댄스, 벨리댄스, 전통가요 등의 공연을 가족들에게 선보였다. 라틴댄스를 남편과 함께 선보인 나탈리아(33·러시아)씨는"관중들의 호응도가 너무 좋아 남편과 밤낮으로 연습한 보람이 있다"며 "공연도 하고 한 해를 돌아볼 수 있어 너무 좋았다"고 했다. 특히 결혼이주여성들의 생활수기 발표 시간에는 관중들 모두가 숙연해하며 다사다난했던 한 해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남편은 듣지도 말하지도 못해 1년 꼬박 수화를 배워야 했다"는 필리핀에서 시집온 제니퍼(24)씨의 수기발표 시간에는 여기저기에서 고개를 끄덕이며 눈물을 훔치는 결혼이주여성들이 보였다. 결혼 2년차 푸티니엠(21·베트남)씨는 "새해에는 남편이 꼭 담배를 끊었으면 좋겠다"며 가족 모두의 건강을 빌었고 진피신(21·베트남)씨는 "딸 민지가 아프지 않고 잘 자라주면 바랄 게 없다"고 했다.

러시아에서 시집온 다냐(31)씨는"추운 나라에서 와 한국 생활은 지내기 편한데 여름은 너무 덥다"며 "내년에는 에어컨을 장만하는 게 소원"이라고 말해 폭소를 자아내기도 했다.

가족들도 한 해 동안 아쉬웠던 점과 새해 소망을 쏟아냈다. 며느리와 공연장을 찾았다는 김모(58·여)씨는 "며느리 나라의 문화를 몰라 며느리와 갈등을 빚은 적이 있었다"며 "새해에는 며느리나라에 대해 공부를 많이 해서 며느리 편에 서서 생각하겠다"고 말했다.

경기가 하루빨리 좋아지길 바란다는 바람도 많았다.

1년 전 베트남 출신을 신부로 맞이한 이모(31·달서구 대곡동)씨는 "경기가 좋지 않아 아내에게 변변한 선물을 하지 못했다"며 "새해에는 경기가 좋아져 돈을 많이 벌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 결혼이주여성은 "남편이 포클레인을 새로 장만했는 데 일거리가 없어 큰일이다. 내년에는 돈을 많이 벌어 새 집으로 이사 가는 게 소망"이라고 했다.

달서구다문화가족지원센터 유가효 센터장은 "다문화가족의 특별한 송년회를 통해 다문화가족들이 한 해를 되새기고 새해에도 열심히 살아갈 수 있는 동기 부여를 받을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임상준기자 zzu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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