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재무진단] 가입했던 보험, 수입줄어 부담…

입력 2008-12-19 06:00:00

Q. 정말 어려운 시절이 왔습니다. 요즘은 부자들도 힘들다고 합니다. 펀드가 반토막 난 탓이겠지요. 하물며 서민들은 오죽하겠습니까?

이번주 독자재무진단의 문을 노크해온 사람은 50대 자영업자 노형수(52·가명)씨 입니다. 그는 아무 생각없이 가입했던 보험 때문에 요즘 가장 힘이 들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사람들 대다수가 정확한 가치 측정도 하지 않고 '누가 들어달라고 하면' 거절하지 못하고 보험을 드는 사례가 많습니다. 노씨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는 경기침체로 소득은 줄어드는데 매월 넣고 있는 보험료가 너무 부담이 된다고 하소연합니다. 5년 전 땅을 구입할 때 받은 대출금을 갚을 여유도 없이 이자만 꼬박꼬박 물고 있습니다. 경기침체가 이어져 소득이 지금보다 더 줄면 보험을 계속 유지하기가 힘이 들 것 같아 그는 보험 리모델링을 해야할 것 같다고 물어왔습니다. 노씨는 지금 어떤 결단을 내려야할까요?

A.

◆무리한 보험 가입, 재무설계 원칙에 어긋나

노씨는 저축금액의 대부분을 보험에 넣고 있다. 이것도 몇 번에 걸쳐 보험을 정리하면서 가입과 해약을 반복해 왔다. 한마디로 잘못된 자산배분의 전형이다. 왜냐하면 보험상품은 장기상품이기 때문에 '무리한 보험 넣기'는 소득이 갑자기 줄어들 경우 대처하기가 쉽지 않을뿐더러 자금의 효율성 측면에서도 많은 문제점을 안게 된다.

또 노씨는 가입과 해약을 반복하면서 손해를 본 금액도 적지 않다. 보험상품은 대단히 복잡하다. 따라서 전문가가 아닌 경우 정확히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우선 보험은 단순히 자산형성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보험은 크게 사망 또는 질병 등 위험에 대비한 보장성보험과 은퇴준비를 위한 연금보험과 같이 목적이 뚜렷한 금융상품이다. 따라서 본인의 재무상황이나 목표 등에 비추어 적절한 금액을 넣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통상 보장성보험은 월 소득금액의 7~8% 정도가 적절하고, 은퇴준비를 위한 연금보험도 저축금액의 50%를 넘지 않는 것이 좋다. 더욱이 노씨는 대출금을 상환하기 위해 땅처분을 원하지만 최근 부동산 시장의 급랭으로 처분도 쉽지 않은 상황. 이자만 물고 있는 형편이다. 따라서 최근 소득이 줄면서 위기감을 느껴 보험 리모델링을 검토하고 있다.

◆보험 리모델링 과감히 단행하라

노씨와 가족이 가입하고 있는 보험은 종신보험 4건에, 건강보험이 무려 13건이나 된다. 여기에다 노씨 앞으로 연금보험 50만원, 자녀 명의의 연금보험에 100만원이 들어간다. 종신보험은 그대로 유지하고 건강보험은 보장이 중복되는 것을 중심으로 과감히 정리를 하자.

종신보험의 특약을 보완하기 위해 손해보험의 실손보상 통합보험으로 가입하면 가족 모두 30만원 정도면 해결이 된다. 나머지 40만원은 저축으로 돌리자.

노씨 앞으로 들어가는 연금보험 50만원은 그대로 유지하고 자녀명의 연금보험은 정리를 하는 것이 좋다. 가입한지 4년 정도 되었는데 지금 해약을 하면 원금손실이 생긴다. 그러나 자녀명의 연금보험은 노씨 부부가 노후자금으로 사용할 수 없다. 왜냐하면 피보험자가 자녀로 되어 있기 때문에 노씨 부부가 연금으로 수령하는데 문제가 있다. 그렇다고 자녀가 나중에 본인의 노후자금으로 사용하기에는 노씨 부부의 노후준비가 발 등의 불이다.

따라서 연금보험 100만원을 정리한 뒤 부인 앞으로 변액연금보험으로 50만원을 넣고 나머지 50만원은 저축으로 돌리자. 소득공제 혜택을 받는 연금보험 25만원은 그대로 유지하면 된다. 건강보험과 연금보험의 해약환급금 6천만원과 저축예금에 있는 돈을 합쳐 대출금 8천만원을 상환해서 이자 부담을 줄이자.

◆대출금 갚고 금융자산 형성에 주력해야

보험 리모델링을 통해 대출금을 갚고 나면 서둘러 땅을 처분하지 않아도 된다. 지금 처분하기도 쉽지 않을 뿐더러 시장상황이 좋지 않을 때 굳이 무리해서 처분할 필요가 없다. 천천히 시간을 두고 전체 자산배분차원에서 처분을 검토하는 것이 좋다.

지금부터 대출이자와 보험 리모델링으로 확보한 저축금액을 최대한 잘 굴려 금융자산을 형성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예비자금으로 매월 40만원씩은 CMA(종합자산관리계좌)에 비축을 하고 70만원은 적립식펀드로 5년 동안 굴릴 것을 권한다. 연 10%로 굴린다면 5년 후에는 5천만원 정도의 목돈을 손에 쥐게 된다. 노씨의 경우, 지금까지 주식형펀드는 한번도 해보지 않았지만 지금부터 적립식투자를 시작할 것을 권한다.

저금리시대에는 은행 저축만으로는 돈을 굴리기가 쉽지 않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로 촉발된 금융위기로 인해 전세계 주식시장이 불안하지만 적립식투자자에겐 오히려 지금이 투자를 시작하기에 좋은 시기일 수 있다. 지금과 같은 주가 하락기에 더 많은 주식을 살 수 있어 장기적으로 보면 평균 매입단가를 낮춰 안정적인 수익을 안겨주기 때문이다. 다만, 한가지 펀드에 몰빵하지 말고 국내펀드와 해외펀드에 분산해서 투자하는 것이 좋다.

◆자녀결혼자금과 노후대비가 유일한 재무목표

노씨의 재무목표는 두 자녀가 결혼을 하면 살 집을 장만해 주는 것과 노씨 부부의 노후준비다. 당초 땅을 구입한 목적은 자녀의 결혼자금을 염두에 둔 투자였다.

대출금을 정리하고 나면 큰 부담이 없기 때문에 굳이 처분할 것 없이 장기간 묻어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자녀가 결혼할 때쯤 처분하면 결혼자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65세까지 일을 할 예정인 노씨는 노후준비도 지금부터 차근차근 준비하면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매월 125만원씩 넣는 연금보험을 65세에 연금으로 전환하면 은퇴 후에도 매월 일정한 소득을 확보하게 되는 셈이다. 은퇴하기 전까지 꾸준히 적립할 것을 권한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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