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희가 하회탈처럼 활짝 웃었다. 이젠 목욕 할 때도 울지 않고, 트림도 잘하며, 밤새 코코 잘 자는 진희가 너무 사랑스럽다."
"땀을 많이 흘리는 진수! 약한 피부에 혹 땀띠가 나지는 않을지…. 항상 옷을 만져 땀에 젖었나 신경 써야 한다."
"하민이 웃음은 백만불짜리다. 보조개가 쏙 들어가는 활짝 핀 꽃송이!"
이선진(38·여·대구 동구 입석동)씨는 가정이 없는 아이들이 새로운 부모를 만날 때까지 돌봐주는 '위탁모'다. 그의 육아일기엔 짧게는 며칠, 길게는 수개월까지 지극 정성으로 품어 안은 아기들에 대한 기록이 생생하다.
"어릴 때부터 아기들을 참 좋아했는데, 결혼 후 딸(14)을 낳고, 딸이 유치원에 다닐 때쯤 위탁모에 대해 알게 됐어요. 그때 처음 용기를 내 위탁 신청까지 했지만 딸이 아직 어려 안 된다고 하더군요. 이씨는 "그러다가 올해 우연히 생활정보지에서 위탁모 모집난을 발견했고, 그날 바로 다시 신청했다"며 "8월 29일 병원에서 갓 태어난 아기와 처음 마주하는 날, 그렇게 하고 싶던 일을 드디어 하게 됐다는 생각에 얼마나 기쁘고 감사했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큰 기쁨 뒤에 찾아올 감당하기 힘든 이별은 미처 알 수 없었다. 배꼽이 떨어지는 걸 지켜보고, 하루도 빠짐없이 육아 일기를 쓰며, 어느 한순간부턴 내가 낳은 자식이라는 착각 속에 살아갔지만 너무나 갑자기 헤어질 날이 찾아온 것. "다섯달쯤은 키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2달 만에 첫 아이를 보내야 했어요. 얼마나 슬프고 힘들던지, 몇 날 며칠을 울음으로 지샜죠."
아기 생각에 끼니도 거르며 시름시름 앓던 이씨가 다시 정신을 차린 건 딸 덕이 컸다. "딸 아이가 화를 내더군요. 그 정도도 이겨내지 못하면서 어떻게 위탁모가 될 결심을 했냐구요…." 겨우 힘을 낸 이씨는 지금까지 6명의 아기를 키웠다. "위탁모 봉사활동을 시작한 이후 우리 집에서 아기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는 건 딱 하루밖에 없었죠. 떠나 보낸 아기 생각에 눈물이 흐르다가도 지금 아기 울음소리에 번쩍 정신이 들곤 합니다. 이젠 하루라도 아기가 없으면 못살 것 같아요."
헤어짐이 견딜 수 없이 힘들지만 때론 기쁘게 떠나 보내야 하는 순간도 있다. 10월 31일 헤어진 아기는 채 며칠도 함께 하지 못했지만 뒤늦게 친어머니의 품으로 돌아가 무럭무럭 잘 자라고 있단다. 이씨의 육아 일기엔 "너의 빈자리가 허전하지만 난 너무 좋고, 너무 기뻤고, 너로 인해, 아니 너의 엄마로 인해 난 너무 행복했다"는 글귀가 남아 있었다.
"태어나서 처음 생을 살아가는 아기들의 집이 위탁가정이에요. 그곳에 가장 행복하고, 가장 평온하게 지내야만 아기들이 평생 잘 살 거라는 믿음으로 아이들을 돌보고 있습니다.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있는 천사의 모습이 바로 아기들이고, 천사 같은 아기들이 보다 예쁘고 아름답게 자랄 수 있도록 무한한 사랑을 베풀어주고 싶어요."
이씨는 "며칠 전 예쁜 공주를 입양 보내고, 세상에서 가장 고귀하고 훌륭한 일을 행동으로 실천한 양부모들에게 너무 고맙고 부끄러웠다."라며 "아기를 끝까지 돌보지 못하고 보내는 나 자신이 너무 야속하고 밉지만 그럴수록 내 품의 아기들을 더 사랑하며 키우리라 스스로 위로한다"고 환히 웃었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사진 정재호기자 new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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