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산(蜀山)의 왕 '공갈신산(貢喝神山)'은 해발 7천556m의 세계 제2봉으로 사시사철 하얀 눈을 볼 수 있는 만년설산이다. 햇빛이 비치면 설봉이 빛을 발하는데 그 빛이 금색을 띈다 하여 '금산'으로도 불린다.
공갈신산으로 가는 길은 인천국제공항에서 비행기로 4시간 남짓 걸리는 중국 쓰촨성(四川省) 성도인 청두(成都)에서 시작한다. 청두는 중국 삼국시대 촉한을 통일한 유비가 수도로 삼았던 곳으로 광활한 중국에서도 서남지방을 대표하는 도시이다. 다양한 먹을거리와 볼거리가 많은 지역이며 주변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낙산, 아미산, 티베트 자치구, 황룡, 구채구 등이 인접해 있어 많은 여행자들이 방문하고 있다.
삼국지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제갈(諸葛)'이라는 깃발이 입구에 휘날리는 '무후사'를 꼭 들러보도록 하자. ('무후'는 최고의 전략가이자 정치가였던 제갈 공명을 이르는 말이다.)
중국에서 유일하게 황제(유비)와 신하(제갈공명)가 함께 잠든 사당으로 현지인들은 유비보다 제갈공명을 더 숭배한다고 한다. 무후사 내부에는 귀에 익숙한 이름인 삼국지의 주인공 유비, 관우, 장비는 물론 마초, 황충, 조자룡 등 한 시대를 풍미했던 영웅호걸들의 영정이 진열되어 있으며 다른 한쪽에는 제갈공명이 위(魏)나라와 싸우기 위하여 출진할 때 올린 천고의 명문 '전출사표(前出師表)'와 '후출사표(後出師表)가 각인되어 있다.
청두에서부터 공갈신산까지 가는 길은 세계에서 제일 오래되고, 가장 험준하고, 최고 아름다운 무역로라고 불리우는 차마고도(茶馬古道)가 함께 한다. 얼마 전, 모 방송을 통해 소개되면서 큰 관심을 받았던 차마고도는 실크로드보다 200년이나 앞서 만들어졌다. 쓰촨성에서부터 시작하는 이 길은 티베트, 네팔, 인도까지 이어져 무려 5천km에 달하며 쓰촨성에서 티베트까지의 교역로는 중국의 차와 티베트의 말이 주 교역품이었기 때문에 차마고도라는 명칭이 붙었다고 한다.
청두에서 공갈신산으로 가는 도중에 있는 차마고도의 시발점인 아안에 있는 상리고진은 상인들이 티베트로 가기 위해 짐을 싣고 갈 말들을 고르고 필요한 음식물과 물품을 조달하던 마방이었던 곳으로 현재는 마방으로서의 기능이 상실되었지만 옛 거리와 건물들을 따라 정겨운 시장이 형성되어 있어 차마고도의 분위기를 느껴보기 위해 매일 적지 않은 수의 여행자들이 들리는 곳이다.
상리고진을 뒤로 하고 공갈신산이 있는 해라구로 향하는 길은 반복되는 급경사의 오르막길과 내리막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S자 코스, 깊이를 짐작할 수 없을 만큼 까마득한 계곡들로 이루어져 있는데다 마주 오는 차량과 겨우 비껴 갈 만큼의 협소한 도로로 인해 심장이 약한 사람은 창 밖 풍경을 감상할 여유도 없는 곡예길이지만 그 반대로, 자연 그대로의 절경을 감상 할 수 있는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이기도 하다.
또한 이 길은 길이가 4천176m에 이르는 해발 2천200m이상의 고지대터널로는 세계 최장 길이를 자랑하는 이랑산터널(二郞山隨道)을 통과하기도 한다. 청두에서 버스로 약 6시간을 달려 힘겹게 도착한 해라구에서 공갈신산으로 오르는 케이블카를 타기 위해서는 해라구 전용 셔틀 버스로 갈아 탄 후 다시 1시간 30분 정도를 지금껏 달려온 길보다 더 아찔한 길을 따라 올라가야 한다. 도로 상태가 매우 안 좋기 때문에 눈이 많이 내리거나 날씨가 좋지 않으면 셔틀버스 운행이 중단되기도 한다. 셔틀 버스를 타고 케이블카 정류장에 다가 갈수록 사방은 온통 흰 눈으로 덮이기 시작하고 버스 기사도 잠시 버스를 세운 후 버스 바퀴에 스노 체인을 감는다.
공갈신산 케이블카는 총 길이 3천500m로 2001년에 개통하였으며 해발 3천080m 지점에서 출발해 3천800m 지점까지 올라간다.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면서 보는 풍경은 감탄사가 절로 나오게 할 만큼 절경이다. 위로는 하얀 눈으로 옷을 입은 설봉들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고 아래로는 얼음계곡이 펼쳐져 있어 모든 사람들은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누르기에 여념이 없다. 전망대에 도착하면 해발 7천556m의 공갈신산과 해발 3천500m 지점에 있는 세계에서 가장 낮은 곳에 형성 된 만년빙천과 빙천호수를 볼 수 있다. 만년빙천과 빙천호수는 직접 걸어서 다녀 올 수 있는데 길이 얼어있는 곳이 많아 아이젠을 착용하거나 매우 조심해서 움직여야 한다. (현지에서 아이젠을 대여하거나 돈을 주고 가마를 타고 내려가 볼 수도 있다.)
공갈신산이 있는 해라구는 이제 막 관광지로 개발 되고 있는 곳이라 관광 시설이나 교통 등 모든 면에서 열악하지만 그만큼 오염되지 않은 자연과 순수한 현지인들을 만날 수 있고 옛날 중국과 티벳 상인들이 차와 말을 가지고 왕래했던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무역로인 차마고도를 간접적으로나마 경험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분명 매력 만점인 관광지이다.
공갈신산을 본 후 내려오는 길에 설경을 바라보며 하는 노천온천욕 또한 잊을 수 없는 경험이 된다.
해라구 1호 영지 '공갈신탕(貢喝神湯)'은 해발 1천580m에 위치한 노천 천연 온천으로 5만 년 전 지각 변동으로 빙하가 녹아 형성 된 온천으로 인체에 유익한 30여 종의 원소가 다량 함유 되어 있어 각종 치료에 좋으며 마실 수도 있다. 총 29개의 크고 작은 노천탕이 있으나 40도 정도의 수온에 비해 기온이 낮기 때문에 온천물이 나오는 곳을 제외하면 미지근하다.
해라구 2호 영지 '공갈신천(貢喝神湯)'은 중국 10대 온천 중 하나, 해발 2천580m에 위치하고 있으며 주변이 원시림으로 둘러 싸여져 있어 운치가 뛰어나다. 온천수는 무색 투명한 천연수로 온천 발원지의 수온은 80~90℃에 이르는 고온으로 각기 다른 17개의 온천탕과 사우나를 구비하고 있다.
김종욱
◆중국의 다른 온천들과 같이 공갈신탕과 공갈신천에서도 온천욕을 즐기기 위해서는 남녀노소 불문하고 수영복을 착용하여야 한다. 만약, 미처 준비하지 못하였다면 온천에서 1회용 수영복을 구입 할 수도 있다.
◆아직 관광개발이 더딘 해라구의 호텔들은 난방시설이 열악하다. 고도가 높아 기온이 매우 낮음에도 방마다 설치된 히터나 온풍기는 방을 뜨듯하게 해 줄 정도의 성능이 아니라 마치 한겨울에 산에서 캠프를 하는 느낌이다.
운이 좋아 난방기 대신 전기장판이 있는 방을 배정받는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그런 행운을 누리지 못했다면 준비해간 모든 옷을 겹겹이 껴입고 잠을 청하는 수밖에는 방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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