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들여다보기]톱스타 출연료 다시 도마위에

입력 2008-12-18 11:17:53

드라마제작사협회가 최근 내린 탤런트 박신양 출연정지 요청을 계기로 톱스타들의 고액 출연료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불황으로 방송사 광고 물량이 감소하면서 제작 위기론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치솟는 톱스타 출연료가 드라마 적자의 주요한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논란이 잇따르고 있다.

박신양 측이 '쩐의 전쟁' 번외편 출연 당시 회당 1억7천여만원의 출연료를 받기로 했지만 아직 절반 가량을 받지 못했다며 제작사를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한 것이 배경이 됐다. 드라마제작사협회는 드라마 시장 질서를 교란시킬 수 있는 과도한 요구라며 박신양에 대해 무기한 출연정지, '쩐의 전쟁' 제작사 작품에 대해 방송사 편성금지를 요청했다.

◆스타들 1회 출연료

최근 한국TV드라마PD협회가 주최한 세미나 자료에 따르면 배용준은 '태왕사신기'에 출연하면서 2억5천만원, 박신양은 '바람의 화원', 이정재는 '에어시티'를 통해 각 5천만원, '주몽'을 통해 스타덤에 오른 송일국은 '바람의 나라'에서 4천만원, '히트'의 고현정과 '그들이 사는 세상'의 송혜교는 각 3천500만원, '스포트라이트'의 손예진은 3천만원 가량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베토벤 바이러스'에 출연한 김명민은 2천500만원, '종합병원2'의 차태현은 2천만원, '스타의 연인'에 캐스팅된 최지우는 4천800만원을 받았다.

신인급 연기자 가운데는 '누구세요'의 윤계상이 1천800만원, '베토벤 바이러스'의 장근석이 1천200만원, '대한민국 변호사'의 이수경, '연애결혼'의 김지훈, '유리의 성'의 이진욱, '내사랑 금지옥엽'의 지현우가 각 1천만원이며 '내 여자'의 고주원, '달콤한 인생'의 이동욱, '태양의 여자'에 출연한 이하나의 몸값은 800만원선이다. 보통 미니시리즈 한편이 20회, 대작이나 주말극의 경우 50회, 일일극은 100회가 넘는 것을 감안할 때 드라마 한편을 통해 톱스타들이 벌어 들이는 돈은 서민들로서는 상상이 가지 않는 규모다.

◆언제부터 높아졌나

스타 캐스팅 경쟁이 과열되면서 2005년부터 출연료 고공행진이 시작됐다. 2003년 방송돼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대장금'의 이영애는 회당 600만원 정도의 출연료를 받았다. 2005년 전도연이 '프라하의 연인'에서 회당 1천500만원을 받은 이후 치솟았다. 그 해 김희선과 권상우가 '슬픈연가'를 통해 회당 2천만원, 이듬해 고현정과 손예진은 각각 '여우야 뭐하니'와 '연애시대'를 통해 회당 2천500만원을 받았다.

현재 드라마 회당 제작비가 1억5천만원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주연 배우 몇명에게 출연료 주고 나면 남는 것이 없는 실정이다. 제작비가 부족하니 간접광고에 의존하게 되고 연기력이 부족한 배우도 출연료가 싸다는 이유로 캐스팅 되는 등 작품의 질이 떨어지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여론

드라마제작사협회는 배우들의 고액 출연료를 확실히 잡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방송 3사도 최근 톱스타들의 출연료를 회당 최고 1천500만원으로 제한하는 방안을 논의했으며 한국TV드라마PD협회는 "드라마 시장이 심각할 정도로 왜곡됐다. 드라마와 관련된 거품을 2005년 1월 수준으로 빼야한다"며 고액 출연료 문제를 제기했다.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도 만만치 않다. 불황 위기감에 제작사들이 지금은 연대를 하지만 스타 캐스팅 경쟁은 피할 수 없다는 것이 이유다. 이와함께 스타 몸값은 방송사와 제작사가 올린 것이며 자유시장 논리에 반한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시민들의 반응은 대체로 냉담하다. 네티즌들은 '드라마 한회 출연료가 웬만한 사람의 연봉에 해당하니 놀라울 뿐이다. 이는 정상이 아니다. 배우와 일반인들을 비교하는 것이 무리일 수 있으나 하루 살림살이가 걱정인 서만들로서는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는 등의 의견을 제시하며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자발적 삭감 움직임

방송중인 '에덴의 동쪽'에 출연중인 송승헌은 회당 7천만원에서 50% 삭감한 3천500만원을 받기로 했다. 송승헌 측은 "드라마가 손익분기점을 넘기면 해외 판권 수익에서 나머지 50%를 받은 것으로 출연 계약을 수정했다. 제작사와 스태프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현재 드라마 제작 현실이다. 함께 일하는 사람으로서 어려움을 분담하고 싶다"고 밝혔다.

'못된 사랑'에서 회당 5천만원을 받았던 권상우는 1천500만원 선에서 차기작 '신데렐라맨' 출연을 결정했으며 김해숙도 아침드라마 '하얀 거짓말' 계약을 맺으면서 자발적으로 출연료를 깎은 것으로 전해졌다. '카인과 아벨'을 통해 회당 3천만원을 받기로 했던 소지섭도 2천만원으로 몸값을 낮췄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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