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희망을 말하자] <중>중소기업이 지역경쟁력이다

입력 2008-12-18 09:36:27

"내수집중·경쟁력 갖춘 '强小'기업 육성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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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소기업이 지역경쟁력이다'를 주제로 열린 제2차 공동 특별기획 토론회에서는 작지만 강한 국제경쟁력을 갖춘 중소기업을 키워내는 것이 지역경제 활성화의 관건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특별기획- 이제는 희망을 말하자' 두번째 토론회가 16일 오후 대구MBC 스튜디오에서 '중소기업이 지역경쟁력이다'를 주제로 열렸다. 이재훈 영남대 교수 사회로, 이장우 대통령직속 미래기획위원회 위원(경북대 교수)이 발제를 맡았고 김은호 대구경북이업종교류협회 회장과 김영철 계명대 교수가 토론했다.

중소기업이 지역경쟁력이다

◆이장우 미래기획위원 발제

대구경북 지역경제는 1990년대 중국개방 이후 쇠퇴 추세가 지속되고 있다. 침체원인은 70, 80년대 대규모 산업단지 유치의 '성공함정'에 빠져 90년대 변화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 과거 성공경험이 오히려 걸림돌이 된 셈이다.

따라서 과거와 같이 산업단지를 조성하고 대기업을 유치하는 식으론 21세기 경제환경변화에 제대로 성공하기 어렵다.

이런 과거 전략은 막연히 외부자원을 끌어오는 데 주력, 대기업에만 의존하는 탓에 오히려 내부혁신과 변화를 저해할 수 있다.

앞으로 지역경제가 활성화되려면 강한 중소기업이 많이 나와야 한다. 특히 지역경제의 구조 고도화를 위해서는 강소기업의 역할이 중요하다. 강소기업은 규모는 작지만 국제경쟁력을 갖춘 강한 기업을 말한다.

강소기업의 생존비결은 크게 3가지로 나타났다. 첫째는 내수에 집중해 국내 틈새시장을 장악하는 것. 강소기업의 절반이 이에 속했다. 둘째는 글로벌 틈새시장을 개척하는 것이었다(30% 정도 차지). 마지막으로는 디지털 기술을 서비스에 결합함으로써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기업이 이에 속했다(15% 전후).

내수집중 강소기업의 수익성은 좁은 내수시장과 불공정 하청거래 때문에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따라서 중소기업의 장기적 생존비결은 글로벌화와 새로운 시장의 개척밖에 없다는 결론으로 이어졌다.

◆발제자와 패널 간 토론

▶사회=지역 중소기업들이 어려운 원인부터 짚어보자.

▶김 교수=우리나라 중소기업이 어렵고, 또 지역사회가 어렵다. 이 때문에 지역 중소기업은 이중고를 겪어 왔다. 올해 하반기부터는 세계 금융위기까지 겹쳐 3중고다. 지역 중소기업을 살리지 못하면 지역 경제와 사회도 회복할 수 없다. 이런 의미에서 대기업 유치와 산업단지 조성 중심으로 진행된 정책은 잘못됐다.

▶이 위원=국내 기업의 99%가 중소기업이다. "어렵다"는 한마디로 중소기업의 상황을 설명하기에는 현실이 너무 복잡하다. 단기적, 중장기적, 구조적 분석이 필요하다.

▶사회=산학협력의 중요성이 강조됐고, 또 오랫동안 추진됐지만 비판적인 견해가 많다.

▶김 교수=현재 중소기업 지원방식은 기술이전과 R&D 역량 강화에 초점을 두고 있다. 그러나 기술은 암묵적 지식의 성격을 갖고 있어 사람에게 체화되어 있다. 중소기업에 지역대학 인재들이 안착(취직)해야 제대로 된 산·학·연 협력이 가능해진다. 하지만 정부는 돈으로 대학과 기업을 연결하려고만 했다.

▶김 회장=산학협력은 관료들이 이론적으로 만들어 낸 것이다. 연구개발과 제품개발에 대한 교수·연구원들의 제안 가운데 많은 것들이 현실과 맞지 않았다. 기업현장을 보고 느끼고 체험하지 못한 상황에서 효과적인 산학협력은 불가능하다.

▶사회=현재 중소기업 지원정책에서 무엇이 문제이고, 이에 대한 개선방안은 뭔가?

▶김 회장=정부가 예산을 독점하면서 지자체나 지방으로 내려주는 방식에 문제가 있다. 지역에서 경제상황에 맞게 독자적으로 정책을 수립 집행해야 몸에 와닿는 정책이 가능하다.

▶김 교수=지역 중소기업이 중앙정부 정책의 사각지대에 있고, 지자체는 비효율적으로 개입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중소기업의 시장경쟁력 확보가 관건이라고 본다면 정부나 지자체의 개입과 지원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안정적 노사관계, 지역금융, 원활한 인재공급, 직업능력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 등 기업 생태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사회=적지 않은 지자체가 첨단기술과 신성장 동력사업을 혼돈하고 있다. 신산업 발굴 때 먼저 시장의 흐름과 기술의 변화를 꿰뚫어야 한다. 그리고 현실과 역량을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평가한 뒤 전략을 짜야 한다. 베껴서는 경쟁력을 가질 수 없지 않은가?

▶김 교수=지역사회에는 토론 금기사항이 있다. 바로 밀라노프로젝트다. 아무도 성공했다는 사람이 없는데, 실패했다는 비판도 없다. 이런 어정쩡한 정책은 정말 문제다. 정치적 발언권에 따라 경제정책이 채택되고 추진되어서는 안된다.

▶김 회장=기업과 경제는 현실이다. 너무 앞서가도 성공하기 어렵다. 기존산업이라고 무조건 버려야 할 것으로 생각해서는 안된다. 신성장동력산업도 중요하지만, 현재 돈을 벌고 있는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일 역시 대단히 중요하다.

▶사회=지역에서 강소기업을 키워내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김 교수=강소기업을 키우고 발전시키는 핵심은 사람에게 있다. 지역대학의 우수한 인재들을 중소기업에 성공적으로 취업시킬 수 있을 때만 강소기업의 육성이 가능하다.

▶이 위원=중소기업들의 신성장동력 확보 방안으로 연구개발 지상주의 극복과 강소기업 중심의 협력네트워크 구축, 상상력과 발상의 전환을 바탕으로 한 21세기 경영, 녹색성장 사업 참여 등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는 지혜를 꼽고 싶다. 강소기업도 10년 이상 살아남는 기업이 50%도 안된다. 모두 살리는 정책은 불가능하다. 기업이 사라지더라도, 더 많은 좋은 기업이 창출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기획탐사팀=석민기자 sukmin@msnet.co.kr

매일신문-대구경북지역혁신협의회-대구MBC 공동 특별기획 '이제는 희망을 말하자' 세 번째 토론은 2009년 1월 중순 '도농상생, 이렇게 합시다'를 주제로 열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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